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루마니아의 티미쇼아라
베오그라드에서 티미쇼아라로 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지도를 펼치면 남의 나라지만 두 도시의 거리는 가까웠다. 그래서 버스나 기차가 없을까 하고 방심했는데 두 도시를 바로 잇는 교통수단은 없었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여행자들의 기록을 살펴보았다. 북서쪽으로 비스듬히 올라가 노비사드를 거쳐 간 기록이 있었다. 하루 만에 이동하기에는 힘든 경로라고 판단했다.
생소한 방법이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 도어 투 도어?
제이는 이렇게 설명했다.
- 그러니까 우리를 문 앞에서 문 앞까지 데려다 주는 거야. 신청을 하면 차가 우리를 데리러 올 거고 주소만 주면 우리가 원하는 장소에 내려 줄 거야. 이거 정말 편해 보이지 않아?
- 편해 보이긴 한데.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제이가 부연 설명을 했다.
- 베오그라드에서 티미쇼아라처럼 가깝지만 교통편이 불편한 곳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서비스래.
- 어떻게 신청하는 건데?
호텔 근처에 회사가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잠시 후 제이는 그곳의 주소를 찾아냈다.
그곳을 찾아가겠다고 하는 제이를 나는 말렸다.
- 우리 리셉션에 부탁해보자.
- 물론 우리는 그 서비스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후 남자 직원은 우리 대신 전화를 걸어 예약해주었다.
- 내일 아침 8시예요.
베오그라드에서 티미쇼아라까지 가는 길은 넓은 들판으로 이어졌다.
겨울이라서 들판은 황량했고 텅 비어 있었다. 들판에 놓여 있는 돌덩어리들이 양떼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근처에 목동이 야윈 나무처럼 서 있지 않았더라면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미니버스에 탄 사람은 드라이버를 포함해서 모두 다섯이었다. 드라이버는 호텔에서 먼저 우리를 픽업했고 베오그라드 안을 돌아서 할머니 한 분과 그의 아들을 태웠다. 드라이버는 보조석에 앉은 할머니와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누었다. 맨 뒤에 앉은 아들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함께 웃곤 했다.
간간이 우리에게도 말을 걸었다.
- 어디서 왔니?
- 어디로 갈 거니?
- 난 루마니아에 사는 누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야.
세르비아 사람들은 처음부터 알고 있던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모르는 사람과도 나이차가 나는 사람들과도 동유럽 사람들은 쉽게 대화를 나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게 기억났다.
국경을 넘어가기 전 미니버스는 휴게소에서 한 번 쉬었다.
드라이버는 장애가 있는 할머니의 아들이 잘 내리고 탈 수 있도록 도왔다. 아들은 혼자 걸을 수는 있지만 혼자 일어나고 앉는 것이 힘들었다. 드라이버는 그의 행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마지막으로 힘을 쓰거나 줄여야 할 때가 되면 그의 곁에 바짝 붙어 받침목이 되거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루마니아로 넘어가자 거리에는 말들이 달리고 있었다.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말을 몰거나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수레 위에서 아이는 빵을 뜯어먹고 있었다. 족히 수십 년은 과거로 간 풍경이었다.
제이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차만 타면 자는 것도 멀미의 일종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제이를 깨웠다.
- 지금 호텔의 주소를 주는 건 어때?
가슴 쪽에 꼭 품고 있던 가방을 뒤져 제이가 쪽지를 꺼냈다.
두 명의 세르비아인이 먼저 내렸다. 아들은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 당신들의 여행은 어제보다 오늘 더 신날 거예요.
그는 우리에게 큰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렇게 다정한 표정을 내가 본 적이 있나. 베오그라드의 호텔을 떠나면서 나는 방명록에, 이 호텔 직원을 제외하면 제게 친절했던 사람은 없더군요, 하고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 그 페이지를 찢고 싶었다. 드라이버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우리가 예약했던 호텔 입구에 차를 세우고 먼저 내려 트렁크에서 우리의 짐을 내렸다. 그는 손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 당신과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우리는 미니버스가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혼자 세르비아로 돌아가야 하는 드라이버를 위한 우리의 배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