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의 스코페
두 사람이 여행 중 낯선 곳에 도착하게 되었을 때는 함께 돌아다니는 것 보다 한 명은 짐을 지키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세르비아 베오르그드로 야간 기차를 타고 갈 예정이었다. 오흐리드를 출발한 버스는 스코페에 오후 두 시쯤 도착했다.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기차표를 예매하는 것과 짐 맡길 곳을 찾는 것.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이 함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사람들이 가리키는 곳에 도착했을 때 기차역은 없었다. 2층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체력은 바닥나고 있었다. 터미널 밖으로 나가자 택시 기사들이 따라 붙었다. 길을 건너오는 여자의 도움을 받아 기차역에 도착했다. 들었던 대로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은 연결되어 있었고 우리가 지나쳤던 곳이 입구였다. 가보면 알겠지만 버스터미널과 연결된 기차역은 입구가 컴컴해서 감히 거기 들어가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짐 맡길 곳을 찾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누군가 알려준 곳에 갔지만 그곳에는 내가 상상했던 라커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가 내 말을 잘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다.
- 여긴 라커가 없나 봐.
내가 좌절했을 때
- VERA 어때?
하고 제이가 제안했다.
VERA는 터미널 근처에 있는 대형 마트였다.
거기라면 쇼핑객을 위한 라커룸이 있을 것 같았다. 거기 우리 짐을 보관하고 기차 시간까지 기다리자는 거였다.
우리는 짐을 메고 거기까지 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여기저기 기웃거려보았지만 생각했던 라커룸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보안 요원에게 물어보았다.
- 짐 맡길 곳 없어요?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그를 위해 배낭을 벗어 라커에 넣는 액션을 취했다. 잠시 후 그는 알았다며 손가락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손님의 물건을 계산하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그러니까 그 여자에게 짐을 맡기고 쇼핑을 하라는 거였다. 그건 우리의 생각과 맞지 않았다. 우리는 물건을 구입하러 온 것이 아니라 라커룸을 잠시 빌리러 왔다.
배낭을 메고 나와 길거리에 나앉았다.
우리는 지쳤고 방향을 잃었다. 제이의 표정은 이미 어두워졌다.
- 오흐리드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으니 야간 기차 한 번 타는 거 어때.
하고 고생을 사서 해보겠다던 그 행복한 표정은 어느 샌가 지워지고 없었다. 곧 짜증이 시작될 지도 모를 일이라 나는 조금 긴장이 되었다.
나는 다시 버스 터미널 쪽을 바라보았다. 거기 왠지 라커룸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기차역을 찾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가 찾지 못했을 뿐 거기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제이에게 모든 짐을 맡기고 다녀오겠다고 했다. 짐을 내려놓자 어깨가 가벼워졌다. 몸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가벼워졌다. 사람들은 마음의 문제라고 하지만 몸의 문제일 때가 많다. 몸이 힘들어서 마음이 힘든 거지 마음이 힘들어서 몸이 힘든 건 아니었다. 최소한 여행에서는 그랬다. 그래서 두 사람이 무거운 짐을 들고 함께 방황하는 것보다 한 사람은 잠시 쉬면서 다른 생각을 해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내가 돌아왔을 때 제이는 호스텔 주인에게 부탁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했다.
제이가 말하는 호스텔에서 며칠 전 하루를 묵은 적이 있다. 안면도 있고 하니 부탁해보자는 거였다. 나는 반대했다. 주인이 좋아할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나는 내가 찾은 라커룸에 대해 이야기했다. 터미널의 라커룸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박스가 있고 거기 돈을 집어넣고 열쇠를 꺼내는 그런 방식이 아니었다. 창구에서 사람이 직접 배낭을 받아 보관하는 방식이었다. 우리가 상상했던 모습을 찾느라 가까이 가 놓고도 그게 뭔지 몰랐던 것이다.
- 기차 시간까지 로비를 사용할 수 있냐고 부탁하고 배낭을 보관하는 비용만큼 그 주인에게 주는 건 어때? 그럼 우리는 소파에 앉을 수도 있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도 있고 핸드폰을 충전할 수도 있잖아.
기차가 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나는 시내에 올라가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마지막으로 스코페의 야경을 한 번 더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제이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소파에 앉아 소파가 되는 게 꿈인 여자처럼 보였다. 호스텔 주인만 허락한다면 제이의 생각은 최선이었다.
- 그래 가보자.
바닥에 놓인 배낭을 들어 올렸다. 이렇게 무거운 짐을 들고 터미널과 시내를 오르락내리락거린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 우리 이제부터 이러는 건 어때?
나는 제이에게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가장 가까운 카페에 가서 무조건 차를 한 잔 마시자는 제안을 했다. 그리고 한 사람은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를 찾고, 나머지 한 사람은 짐을 보면서 지금처럼 좋은 방법을 궁리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