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의 스코페
동유럽 여행 중 그 호스텔은 우리에게 가장 불편한 잠자리를 제공했다.
그 방에 들어가 침대에 등을 대자마자 제이는 이런 말을 했다.
- 60유로에서 자다가 30유로에서 자는 기분이란 이런 거구나.
제이의 말은 내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런 여행 속으로 끌고 들어온 것 같아 미안했다. 나야 나의 인생이지만 제이가 이런 나를 만나 여기 있다고 생각하니 불쌍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그런 식의 연민은 곤란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도 누구를 쉽게 불쌍하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감히. 감히 말이다.
방은 좁고 푸른색의 벽면은 칙칙해서 정신병원이나, 어떤 수용소를 떠올리게 했다.
처음엔 몰랐는데 스코페의 야경을 보고 다시 돌아왔을 때 담배 냄새가 났다.
- 왜 몰랐지?
담배 냄새에 민감한 우리가 동시에 말했다.
처음부터 그 냄새를 알았더라면 최소한 우리는 다른 방을 선택했을 것이다.
따뜻한 물은 잘 나왔다. 하지만 나는 손과 얼굴만 씻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하고 제이에게 말했다.
- 좋은 곳에 가면 잘 씻고 싶은데 안 그런 곳에 가면 씻기도 싫더라. 그래서 안 좋은 호텔은 자꾸 안 좋아지는 거 아닐까.
- 난 왜 가난한 집 아이들이 자꾸만 집 밖으로 나도는 지 알겠어. 집에 있기 싫은 거야.
자다가 눈을 떴는데 추웠다. 나는 제이의 침대 안으로 들어가 제이를 끌어안았다. 지난밤 보았던 노숙자가 떠올랐다. 그는 벤치 위에 담요를 두르고 밤 새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벌써부터 벌벌 떨고 있었다.
얼른 떠나고 싶었던 그 호스텔에 우리는 다시 도착했다.
유리창 너머 무뚝뚝한 표정의 주인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더듬더듬 말했다.
- 4일 전, 우리가 여기 머물렀습니다. 혹시 로비에 좀 머물 수 있을까요. 한 다섯 시간 정도만. 돈은 드리겠습니다.
내 말을 이해하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 있던 주인이 마침내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 물론이죠. 그렇게 하세요.
- 돈은 얼마나 드려야 할까요.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 괜찮아요. 무료입니다.
그는 한 번 웃어 보이고는 다시 텔레비전을 응시했다.
카페보다 훨씬 좋았다. 소파가 있어서 몸을 비스듬히 기댈 수 있었다. 제이는 얼른 핸드폰의 배터리부터 충전했다. 야간 기차를 타기 위해 세수도 하고 이도 닦았다. 주인의 표정처럼 무뚝뚝했던 호스텔이 우리에게 표정을 바꾸었다. 섭섭해했던 것이 미안했다.
소파에 앉아 몸과 마음을 한 숨 돌리자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 날 내가 다녀온 호스텔에는 40세 이상의 여행자는 받지 않는다는 안내가 있었다. 주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그가 대답했다.
- 그 나이가 되면 불평이 많아요.
그땐 같이 웃었는데 점점 그 나이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불평이 늘었나, 하고 부끄러워졌다.
제이가 화장실을 사용해도 되냐고 하자,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주인이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어두컴컴한 화장실로 향한 길이 환해지도록 불을 켜주었다. 나는 그 복도 어딘가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 물을 끓였던 것을 떠올렸다. 우리는 코끼리라는 이름을 가진 물주머니핫팩을 가지고 다녔다. 거기 뜨거운 물을 부으면 밤새 온기를 유지했다. 그 날 밤 코끼리에게 물을 먹여 달라고 부탁하자 주인은 나를 부엌으로 데려가 가스버너를 켜 주었다. 다음 날 아침 제이의 침대로 들어갔을 때 따뜻했던 것은 제이가 코끼리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호스텔은 우리에게 최선을 다했다.
내가 불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30유로를 주고 60유로의 서비스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30유로 만큼의 역할을 했다. 다시 들르지 않았다면 그를 오해하고 떠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