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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창고 Aug 22. 2021

우리는 모두 아프다

물리치료실에서

햇밤 한 바가지를 들고

영화를 봤다

제목 잊어버린 영화

내친김에 한 편을 더 보고 나니

수북이 쌓인 밤 껍데기


무던하거나 미련했던

반나절

혹사에 화난 내 엄지는

달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불쑥불쑥 꼬락서니를 낸다


따다 다닥

드르륵드르륵

자글자글

최신 의료기기들이

춤추는 공간


저마다의 사연으로

침대에 드러누운

우리는 모두 아프다


이까짓 것

업신여겼던 고통

네까짓 것

한번 당해보란 듯

조심성 없는 나를 할퀸다

육신보다 먼저 지친 마음

나의 인내심

개미허리보다 더 좁다는 걸

이제 알았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왓챠에 들락날락

생밤을 까먹으면서

영화를 봤다

송편에 넣을 소까지

밤을 까고 또 까고

영화를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방아쇠 수지가 탈이 났다

미련한 데는 약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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