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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창고 Aug 01. 2021

외연도

눈 오는 섬에서

  검은 코트 속에 몸을 파묻은

  여객선터미널 직원이

  혀를 찬다

  외연도에 눈이 사오십 센티나 왔다고

  야호

  마스크 속에서 함박웃음을 짓는다


  쿨럭쿨럭 엔진이 물살을 가르면

  긴 꼬리를 달며 달려오는 햇살

  먼바다로 갈수록 바람은 세졌다


  하얗게 빛나는 부두

  줄무늬 털모자를 쓴 할머니

  딱 봐도 알겠는 민박집주인

  돌담 높이와 키 재는 눈덩이


  드르륵 삽질하며

  파묻힌 길 파헤치는 

  섬마을 사람들

  배낭을 쳐다보며 고개를 흔든다


  무릎까지 푹푹 잠기는 산기슭

  있어도 없는 길

  저벅저벅 오른다

  제 무게를 못 이겨

  우르르 쏟아지는 은빛 비늘

  육지의 티끌 쓸어내린다


  파도는 뽀얗게 부서지며

  발밑에 엎드리고

  파르르 언 동백

  갈색 꽃잎 속에 간신히 붉음을 감춘

  시간이 멈춰버린 꿈같은 하루

  서해 먼바다 외로운 섬 외연도

-0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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