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수업은 신발끈 묶기다. 신발과 양말을 벗어라. 양말을 발가락 위로 천천히 신중하게 끌어올려라. 모든 주름을 깔끔하게 펴야 한다. 신발끈을 아래부터 차근차근 묶어라. 꽉! 꽉! 타이트하지만 너무 조이지 않게.”[1]
- 존 우든. 전 UCLA대학 농구부 감독.[2]
유치원 농구부가 아니다. UCLA라는 톱클래스 대학 농구부에서다. 선수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진심이세요? 우리는 몇 년 동안 농구해 왔는데요?” 양말 신기가, 신발끈 묶기가 뭐 그렇게도 중요하다고 이렇게 진지하게?라는 반응이었다. 뿐만 아니라 윗옷을 바지 안에 집어넣기, 손톱 짧게 깎기도 세세히 강조한다. 이런 게 경기에서 성공의 열쇠인가. 하지만 선수들은 시간이 지나자 이 작은 준비들이 모여서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다. 양말을 주름지게 대충 신어서 시즌 중에 발에 물집이 생겨 낭패를 당하거나 손톱이 길이 때문에 슛을 놓치는 경험을 했다. 그때 가서야 우든 감독이 사소한 예절을 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이해했다고 한다.[3] 이런 미세한 것들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우든은 오래 회자되는 그의 신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작은 디테일이다. 사소한 것들이 모여 큰일을 만들어낸다.” (It's the little details that are vital. Little things make big things happen.)[4]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의 여러 포인트가 있을 것이다. 이번 챕터에선 ‘정밀하고 정확한 지시 전달의 중요성’에 집중해 보자. 존 우든은 신발끈을 잘 묶고, 양말을 잘 신으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그는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스테이크 크기와 요리법까지 알려줬다.[5] 머리나 수염을 기르면 손에 땀이 묻기 쉽고 이것이 볼 핸들링을 나쁘게 한다며 ‘털 단속’도 했다.[6]
#명장은 지도시간에 무슨 말을 할까
4번의 무패시즌, 88연승. 명예의 전당 헌액까지 된 그의 지도철학은 ‘성공 피라미드’로 집약해서 이미지화된다. 근면, 우정, 충성심, 협동심, 열정을 가장 밑에 깔고, 그 위에 자제력, 기민, 진취성, 집념을 2층에, 3층에 컨디션, 기술, 팀정신, 4층에 평정심 자신감. 마지막 5층에 성공을 쟁취하는 그림으로 유명하다. 그런 거장 감독의 현장 지시내용은 어떨까. 예상과는 좀 다르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보이는 피라미드는 그가 선수들의 가슴에 심어줄 메시지였다면, 그 메시지 실현현은 매우 구체적이었다.[7] 존 우든의 레전드 명장이니만큼 연구대상이 되기도 했다. 로널드 갤리모어 와롤랜드 사프는 그의 코칭언어를 연구하기 위해서 15차례의 UCLA 농구팀의 연습을 관찰해서 우든의 지도행위를 2326건으로 분류했다. 우든이 말한 내용은 지시(instruction), 격려(hustles), 칭찬(praises), 꾸짖음(reproofs) 등으로 나누어졌다. 정량데이터 분석으로 돌려본 결과 우든의 발화 전체에서 ‘정보 전달’이 75%였다. 더 쪼개면 50.3%가 순수 지시(pure instruction)였다. 칭찬(6.8%)도 인색했지만, 꾸짖음(6.7%)은 더 적었다. 즉, 최대한 드라이하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하며 해야 할 일을 특정했다는 것이다. 우든은 연습 중 성공의 피라미드를 거의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작은 가르침 자체가 노력을, 팀워크를, 책임감을, 열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냈다. 향하고, 구현 수 있게 자극했다. 평가가 들어간 피드백보다, 사실 그 자체, 행동데이터 자체로 피드백받는 사람은 충분히 보완해야 할 점과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준비를 해갈 수 있다.
#코치의 일이란 무엇인가
코치라는 업의 본질에 대한 우든의 생각을 보면 더 정확해진다. 그는 “코치는 분노를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교정을 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한다.[8] 교정이다. 차분한. 코트 밖 코치는 코트 안 선수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잡아내서 전달해야 하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알지 못하는 본인의 수준과 개선점을 전달하는 것이 본업이다. 승리를 위한 열정의 주입인 펩 토크가 필요한 시기가 분명 있지만, 정확히 필요한 시점에 사용해야 한다. 훈련 때마다 흥분하며 열정을 발산하는 감독, 코치에게 지속적으로 자극받기 쉽지 않다. 존 우든은 선수가 놓친 사실을 전달해 개선을 이끄는 것이 코치의 역할이라고 보았다. 감정적인 코치에 대한 거리를 이렇게 둔다. “감정에 좌우되지 말고 열정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것이다. 우든 감독은 선수들 감정을 고무시키는 열광적인 얘기를 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감정은 오히려 짐만 될 뿐이라고 여겼다.”[9]
회사로 배경을 바꿔도, 존 우든의 철학은 매우 유효하다. 우리의 팀 미팅에서 얼마나 정밀한 사실전달과 정확한 순수 지시를 하고 있을까. 저조한 실적의 영업팀의 팀 미팅 현장을 가상의 예로 만들어보자. "O대리님, 이번 분기에 성과가 좀 아쉬웠어요. 목표가 5건 계약이었는데 2건밖에 안 됐네요. 고객 미팅도 좀 느슨하게 한 것 같고, 제안서도 너무 대충 쓴 느낌이 들지 않아요? K대리는 6건 했는데 너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네. 좀 더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 분기엔 정신 좀 바짝 차려야겠어요." 깨지는 느낌은 확실히 나지만, ‘느슨하다’ ‘대충 쓴 느낌’은 모호하고 주관적이다. 비교당하는 모멸감도 들면서 발전을 도모해야 포인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건 어떤가.
"O대리님, 분기 결과 데이터를 좀 봤는데 공유하고 싶은 게 있네요. O의 목표는 신규 고객 계약 5건이었는데, 2건이 체결됐어요. CRM 시스템 로그를 확인해 보니, 지난 3개월 동안 고객 미팅이 총 12번 잡혔고 그중 8번이 실제로 진행됐더라고요. 나머지 4번은 고객 측에서 일정 조정 요청이 있었는데, 재조정이 안 된 경우가 3번이나 있었습니다. 제안서들을 보니 평균 분량이 8페이지를 넘어가는 것들이 성공했더라고요. 계약된 건들은 고객의 주요 불만 사항과 선호도를 설문조사 결과 분석으로 넣었고요. 미팅 조정에 더 적극적으로 하고, 고객상 요구분석에 노력하면 어떨까요. 필요한 부분 언제든 서포트할게요”
#약한 디테일을 담은 지시에는 힘이 없다
풍부한 팩트를 집어넣었고, 숫자 데이터도 정확히 제시되었다. 존 우든이 그랬듯이 의미 있는 사실전달에 중심을 두고, 해법도 제안한다. 리더가 장악력 있게 업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전달했고, 개선포인트와 함께 협력도 약속했다.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나의 개선점과 해야 할 일에 대한 리스트가 그려지는 게 쉬워진다. 이런 리더의 피드백을 받은 경험이 많지 않다면 성숙도가 높지 않은 위임형, 코칭형, 지원형 리더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 리더십에서 지시의 구체성이 떨어지기 쉽다. 자율성과 위임이라는 미덕을 위해서 최소 개입을 하려는 리더의 성향이 때문이다. 문제 제시까지는 하지만, 답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걸 꺼리는 스타일이다. 길을 찾게 지원해줘야 하고, 스스로 생각하게 시간을 줘야 한다. 그래야 할 때도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위임형, 코칭형, 지원형이 방임형 리더십은 아니다. 동기부여가 되는 정확한 목표의 공유, 업무 방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위임하고, 코칭하며, 지원해야 한다. 업무의 자율성을 보장해서 성장을 도모한다는 게 이들 리더십이지, 어찌하나 두고 보자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 성향의 리더십도 역시 노련하지 않으면 뭉툭한 모양이기 쉽다. 지시형, 지도자형 리더십의 단점은 약한 디테일이다. 카리스마를 강조하다 보니 정작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원들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목표와 가이드가 약할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팀원들은 명분과 목표는 알겠지만 해야 할 일(To Do Action)에 대해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바로 업무 효율의 저하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번 분기 내에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끌어올릴 것이다. 모두 최선을 다해서 성장에 집중해라! 경쟁사보다 더 빠르고 혁신적으로 움직이자!" 이런 지시를 받는 기분이다. 큰 그림을 지시한다고 리더의 일이 끝나지 않는다. “이번 분기의 시장점유율을 10% 끌어올리기 위해 SNS 광고 예산을 20% 증액하여 광고 집행을 최적화하겠습니다. 담당 마케터는 주요 고객군인 20,30대 밀레니얼에 대한 맞춤형 SNS 프로모션을 기획해 주세요. 가격에 대한 재고려도 필요합니다. 상품기획 담당자들은 영업팀과 협업하여 가격 조정 가능성을 검토해 주세요. 두 가지 모두 1주일 안으로 보고해 주세요.” 10% 점유율 상승이라는 목표, SNS광고 최적화, 고객맞춤 프로모션, 가격조정이라는 실행방안 방향이 정해졌다. 머리가 맑아진다. 리더가 큰 구획의 방향을 잘 설정하고, 하위 실행에 대한 업무위임을 잘 해내는 것이 잘 돌아가는 팀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반복. 반복이 메시지다
농구코치가 슈팅폼 시범을 보이듯 활용할 수 있는, 정확하고 정밀한 업무지시를 보여야 할 때 할 수 있는 리더여야 한다. 스포츠의 학습법칙은 설명, 시범, 모방, 교정, 반복이다. 모든 배움이 그렇다. 팔짱 끼고 말로만이 아니라 시범을 통해 리더가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더해서 그 지시가 제대로 작동해서 성과가 날 때 리더십도 탄탄해진다. 지시할 것을 정확하게 알면 시범은 짧다. "그(존 우든)의 시범은 3초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명확했기 때문에 그림처럼 기억에 각인되었다.(...) 존 우든이 훌륭한 코치인 이유는 정확히 목적에 맞는 정보를 빠른 속도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는 실수를 찾아내 교정하고 회로를 연마했다."[10]
또 하나, 구체적인 지시와 시범은 과도하게 반복되어야 한다. 인간은 인간의 말을 예상보다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실험이 1990년에 스탠퍼드대에서 엘리자베스 뉴턴이 진행한 태핑 실험(Tapping Experiment)다. 두드리는 사람(Tapper)이 ‘해피 버스데이’나 ‘징글벨’ 같은 누구나 아는 노래의 멜로디를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릴 때 얼마나 듣는 사람(Listener)이 알아듣냐는 실험이다. 태퍼의 기대는 50%였지만, 리스너의 정답률은 2.5%에 불과했다.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줄” 확률이 2.5% 이하이고,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는 것” 역시 2.5% 이하라는 얘기다.[11] 타인 알 거라고 생각하는 것을 타인은 알지 못하고, 나의 마음은 잘 전달되지 않는다. 회사의 목표를, 팀의 목표를 한번 전달하면 임무가 끝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오다. 주기적으로 “아아, 알았다고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복 강조해야 업무여기저기에 그 목표가 탑재되어 얼라인된다. 존 우든의 책 ‘88연승의 비밀’의 한 챕터 이름이 이렇다. ‘반복! 반복! 반복!’ 리더십의 두 가지 중요한 실행 미덕을 기억하자. 짧고 날카로운 정보적 피드백, 그리고 반복이다.
각주
[1] ‘A Legacy in Laces’, Scott Burman, https://newsroom.ucla.edu/magazine/john-wooden-tie-shoes-teaching-basketball, 20240224
[2] 27년 감독직을 수행하며 10번의 미국대학농구선수권(NCAA) 우승을 이뤄낸 명장이다.
[3] '88연승, 역대 최고의 감독 존 우든 ‘기적의 전술’은 코트 밖에 있었다', 이병주,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3/article_no/6714/ac/magazine, 201401
[4] '10 Lessons For Entrepreneurs From Coach John Wooden', Lewis Howes, https://www.forbes.com/sites/lewishowes/2012/10/19/10-lessons-for-entrepreneurs-from-coach-john-wooden/, 20121019
[5] [88연승의 비밀], 존 우든, 204p
[6] [88연승의 비밀], 존 우든, 113p
[7] 이하 ‘코치가 교사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 1975~2004 : 존우든의 티칭 실천에 관한 성찰과 재분석’("What a Coach Can Teach a Teacher, 1975-2004: Reflections and Reanalysis of John Wooden’s Teaching Practices" 저자: Ronald Gallimore & Roland Tharp, 2004)을 요약 인용한다.
[8] ‘Veteran coach adds expertise’, John Browne, https://www.saltwire.com/newfoundland-labrador/veteran-coach-adds-expertise-132486, 20170930
[9] ‘신은 파괴하고 싶은 사람에게 유망한 인재'라고 말한다’, 한근태, https://dbr.donga.com/article/view/1303/article_no/8503/, 201902
[10] ‘탤런트 코드’, 대니얼 코일, 241p
[11] ‘스틱’, 댄 히스, 칩 히스, 4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