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스트레칭이 있어야 러닝도 있구나
러닝과 종아리 통증
자전거도 좋아하던지라, 개인적으로 자전거 타기와 달리기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자전거는 어떤 소재의 바디/핸들/어떤 크기의 바퀴/섬세한 기어를 가지고 있느냐로 속력과 퍼포먼스가 결정되는 듯하다면, 그와 비슷하게 달리기는 내 체격/발목의 모양/평균 달리기 보폭/달릴 수 있는 근력의 정도에 따라 퍼포먼스가 결정이 되고 각각의 역할이 꽤 비슷하다고 느꼈었다. 다만, 자전거와 달리 달리기는 '내 몸'으로 퍼포먼스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자전거처럼 핸들을 갈아 끼울 수도 바디를 바꿀 수도 없어 아쉽더라 (?).
내 몸을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다면 가능한 방법은 스트레칭과 코어운동 정도가 될 텐데. 이런 생각을 구구절절하게 된 배경엔, 끊어질 것 같은 종아리 앞쪽 통증이 있었다.
신나게 첫 5KM 달리기를 마치고, 다음날 10KM 달리기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종아리가 땡땡 붓고, 종아리 앞쪽이 아프기 시작했다. 몸이 달리기에 막 익숙해지는 참에 신이 나서 달렸더니, 모르는 새 몸에 무리가 되었던 것. 아픔보다 더 답답했던 건, 종아리 통증이 시작되면 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는 거였다. 그때부턴 '오래 뛰려면 종아리랑 도가니를 지키자'를 마음속으로 새기며, '달리기 위해서'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칭이란 게 참 신기한 것이 평소엔 지루하고 귀찮았던 행동이, 내일 달릴 나를 위해 준비하는 거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니 나를 돌보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는 거다. 스트레칭 이상으로, 스스로 몸을 돌보는 마음을 담뿍 느꼈다. 스트레칭으로 스스로 돌보는 이유가 달리기 위한 것이라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지만, 같은 스트레칭을 다르게 인지하며 즐겁게 하고 있는 내 자신의 변화를 보는 게 신기했다. 내게 잘 맞는 성취를, 즐겁게 해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게 좋았다. 스스로가 대견한 마음을 원동력으로 내일의 나도 대견스레 보기 위해 스트레칭을 대했다.
그리고 아픈 내 몸을 더 꼼꼼히 살피게 되었다. 스트레칭 중에도 종아리 앞쪽을 폼롤러로 풀어주다가, 종아리 뒷 쪽 발목 근처가 아픈 건지 중간이 아픈지 꼼꼼히 따져보게 되고, 또 오른쪽보다 왼쪽 종아리가 더 아픈 이유는 뭔지 등등 구체적으로 고민해 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종아리 통증을 천천히 다루는 법을 익히게 됐다.
달리기 전/후에 스트레칭을 꼼꼼히 해주고, 달리는 중에도 내게 맞는 페이스로 달리고 있는지 꾸준히 확인했다. 너무 느리게 달리면 발바닥 뒤꿈치부터 바닥에 닿아서 종아리 뒷부분에 무리가 가고, 너무 빠르게 달리면 무릎 윗 근육에 무리가 가서 결국 종아리 앞쪽 통증으로 넘어오는 것을 충분한 시행착오를 통해 겪었다. 그리곤 무리가지 않는 페이스를 찾아, 내 페이스대로 달리려 꾸준히 호흡과 속도를 맞추었다.
그러다 보니 종아리 통증을 잠재울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통증을 잡는 과정이 내게 '달리기로 스스로를 살피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달리기가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살피는 행동이 된 것. 달리는 내내, 내 몸을 자전거로 치면 내 오늘 바디는 어떤 소재인가 (..), 호흡은 괜찮은가, 지금 페이스로 달릴 때 어제는 괜찮았는데 오늘은 호흡이 쉽게 무너지는 것을 보니 오늘은 컨디션이 조금 힘든 날이구나 하고 몸을 살펴야 했으니까. 몸을 살피며, 어제의 수면과 오늘자 몸의 변화를 미세하게 알아차리는 것 자체가 내게 마음의 힘을 주었다.
'나는 나를 돌보고 있어,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