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작은 성취와 단단한 일상

긴장과 두려움을 지나쳐, 내 삶을 살아가는 힘

by 귤쟁이
"항상 두 주먹을 꽉 쥐고 세상을 사는 것 같다"



이제는 꽤 아득한 옛날,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두 주먹을 꽉 쥐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꽉 쥐고 10분, 30분, 1시간, 하루를 버티다 보면 온몸이 경직되고 어느 것에도 쉽사리 시도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는데 마치 그게 꼭 내 하루 같다고. 그렇게 혼자만의 씨름을 하는 게 사실 참 많이 외롭다고 말이다.



사람마다 각각 다르겠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수치심에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부족한 사람일 것이다, 나는 부끄러운 사람이다'라는 생각들이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고,

완벽주의를 앞세워 스스로를 판단하고, 재단하며 나 자신이 나를 제일 미워했다.


서툰 모습도 인정하고, 주변에 적당한 도움도 청하며 앞으로 성장하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 서툰 내 모습을 인정하는 것도, 더 나아가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쓰라린 수치심에 뜨거운 물을 붓는 것 같은 것과 같아 힘들던 시절이었다.





"숨 좀 쉬고 살고 싶어서 왔어요"


그래서 찾아간 상담실에서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묻는 상담 선생님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었다.

두서없이 쏟아내는 마음을 들어주시던 상담 선생님은 "버티느라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네요."라고, 그리고 "과거의 일은 길을 걷다가 물웅덩이에 발이 빠진 것과 같은 일이었어요. 과거의 경험으로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아도 되어요"라고 말해주셨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일과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내 자신에게 해주기로 마음먹게 됐다.




매일 작은 성취를 쌓았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다.

스스로를 비판하기 바빴던 나였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은 도전들을 묵묵히 하다 보니 작은 성취들이 매일 쌓였고,

그렇게 단단해진 일상을 매만지며 '스스로 꽤 마음에 든다'라는 생각으로 각이 틀어졌던 것.

그 틀어진 각만큼의 관점으로 두 주먹 꽉 쥐던 긴장을 지나쳐, 나의 일상을 편안하게 살아내는 것.

나는 이제 이러한 작은 성취가 주는 힘을 경험하며 나를 잘 돌봐주는 법을 알아가는 중인 것 같다.


힘든 날들은 언제나 반전 없이 생기겠지만,

그런 때에도 스스로 잘 돌봐주고 있는 자신을 꽤나 기특히 대하기를,

그렇게 좋은 날들도 힘든 날들도 잘 보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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