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마지막으로 직원 한 명이 또 떠났다.
그 녀석을 싫어했던 것도,
덜 친했던 것도 아닌데
나는 이별 선물이랍시고 참 성의 없게도
읽던 책을 선물했다.
좀 바빴고, 어제는 송년회를 했던 터라
선물을 준비할 시간도 없었을뿐더러..
뭔가 선물을 준비하는 행위 자체도 좀 오글거려 그냥 이 책을 선물했다.
아직 33쪽 밖에 안 읽었으니
새 책이나 마찬가지라는 메모와 함께..
녀석은 영화를 좋아했고 나도 영화를 좋아했다.
둘 다 일반적으로 영화를 좋아하는 수준보다는
더 과하게 영화를 사랑했기에
사실 금방 친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뭐 때문인지 친해진 지는 그리 길지 않고
녀석이랑 본 영화는 단 두 편이 전부였다.
이 책의 저자는 얼마 전에 녀석이랑 마지막으로 본 영화의 감독이다.
나는 선물을 미리 준비했어도 분명,
이 책을 또 골랐을 게 뻔하다.
이것만큼 의미 있는 선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곳에서 함께 했던 시간만 기억하면 되니까..
짧든 길든 분명 인생의 한 시절에
나란히 서 있었으니까..
녀석은 어제부터 벌써 형!형! 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