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엔 비가 내렸다.
거리도 마음도 차분해져
집에 돌아와 가끔 듣던 김광석의 노래를 켰다.
'서른 즈음에'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반복해 듣는다.
독한 감기는 여짓 낫지 않아
작은 입속에서 살아 나온 것이라곤 믿기 어려운 기침을 몇 번 터트렸다.
간질거렸던 작은 눈물방울이 점점 커지며
힘겹게 매달려있다는 걸 떨리는 눈가가 짐작했고
나는 손으로 재빨리 훔쳐내며
눈물의 이른 사망 소식을 전한다.
광대뼈와 뺨을 지나 턱까지 살아내면
아무래도 감기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눈물이 분해되며 젖어버린 눈가와 왼손 검지의
세 번째 마디는 곧 공기에 증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