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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현준 Jul 06. 2016

그 사람 하나뿐

#1

며칠 전이었다.

일 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 횟수가 적던

아빠의 전화가 왔다.

어떻게 지내니.. 밥은 잘 챙겨 먹니.. 같은 일상적인 물음으로 말을 꺼냈지만

목적은 역시나 나의 결혼 얘기였다.

늘 하던 대로 관심 없다고 말했지만,

이번엔 아빠도 지지 않고

마을에 목장을 하는 집안의 딸이 있다며

한번 만나보라고 했다.


아빠는 마을버스를 타고 시내를 오가며 종종

그 딸을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 보였다.

그러면서 착하고, 알뜰하고, 직장생활 해서 번 돈을 엄마에게 다 갖다 주고..

자기도 곧 서른이 된다고 빨리 시집을 가고 싶은데 부모님은 별 관심이 없다는 것 같다는 둥..

시시콜콜한 얘기를 다 하셨다.

난 의미 없는 웃음으로 대충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것으로 더는 묻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빠는 어제 기어이 그 딸의 사진을 찍어 나에게 보냈다.

그 딸의 인스타 속에 올려져 있던 셀카를 어떻게 보여달라고 하여 다시 폰카로 찍은듯했다.

그러면서 언제 집에 오면 한번 만나보란다.

다리를 놔준다고..

나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2

너는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이곳을 떠났다.

그날은 비가 내렸고 나는 배웅하러 나가지 않았다.

너는 기차 안에서 이 사진과 함께

그동안 고마웠다며 잘 지내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앞으로 못 볼 거라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 때문에 찾아온 너를 단 하루, 한 번 더 만날 수 있었다.

그게 정말 마지막이었다.

그 후로 몇 번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11월경..

나는 모든 연락을 끊었다.

너는 몇 번 더 연락했지만 나는 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야 너를 잊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처음엔 어렵겠지만 다 그렇듯

시간이 흐를수록 잊힐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너를 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너를 잊으려 시작했던 여행의 횟수는 더 많아졌다.


#3

이런 얘기를 가족에게 털어놓은 적은 없다.

우연히 기회가 되어 몇몇 친한 녀석들에게 꺼내놓은 적은 있으나

가족에게 한다는 것은 참으로 쑥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아빠와 엄마는 아직도 내가 사랑도 모르고

연애 한 번 하지 않는 답답한 아들로 보일지도 모른다.

 

이제 슬슬 말할 준비를 해야겠다.

죽을 만치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나에게 사랑은 그 사람 하나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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