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
디지털 에이전시에 있으면서, 가끔 당혹스러운 상황들이 있다.
이를 들면, 우리 회사와 고객사가 기업 대 기업으로 계약을 했다고 해서, 나의 노동력까지 무보수로 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뭐, 애초에 계약부터 잘못됐을테지만.
여기서 잠깐, 애초라는 말이 걸린다.
우리나라에는 아주 좋지 않은 일종의 관습이 있다. 이것이 바로 애초의 문제다.
'고객은 왕' 이라는, 그래서 어떤 서비스를 요구해도 알겠다는 말로 들어주기 일쑤다. 특히 우리는 이런 모습을 식당, 백화점에서 볼 수 있다.
이것은 에이전시인 우리회사에서도 벌어진다.
예를 들면, 기획자인 나의 기획은 '공짜'인것처럼, 시키면 즉각 해야하며, 모든 추가 업무 역시 '무료'인것처럼. 틀렸다, 모두 잘못됐다.
업계에서는 소위 갑과 을 이라는 말을 쓴다.
그런데 과연 갑과 을이 옳은 표현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최근 고객사가 나를 통해 어떤 일을 요청한다, 고객사는 으레 자기가 하기엔 어렵고, 귀찮은 일을 요청한다. 자기 전공은 아니니까- 그렇다, 내가 전공은 맞다. 그렇다면, 이를 테면 나는 전문가, 그는 비전문가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사가 원하는 쪽으로 모든 일의 흐름이 흘러가지만 말이다. 각설하고 최근의 행태가 나를 부리고, 나는 엄청난 일을 하지만 모든 일을 무보수로 요청하면서도, 매우 당당한 모습이다. 짲응
에이전시는 고객사의 파트너사지 종이 아니다.
그리고 이제는 갑과 을로 옛날처럼 부릴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예전처럼 까라면 까는 에이전시를 원한다면, 그만큼 퀄리티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서양의 많은 에이전시들은 벌써부터 대신 일해주고, 대신 생각해주며, 대신 머리써주는 것에 대한 비용을 받고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안되는 걸까.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이런 일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업계 관행도, 사람들도. 의식의 개선이 먼저라고 본다.
에이전시도 강하게 부정하고, 안된다고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것이 아까우면 남의 것도 아깝다.
내가 돈 주고 산건, 걔도 돈 주고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