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다운 그녀 Oct 04. 2015

그녀의 공간

공항, 그 곳에 대한 이야기




그녀는 마음이 어지러워져 공항으로 향했다.




왜인지 모를 일이지만,

그 터무니없이 넓은 공간 속

오고 가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껴있으면 으레 마음이 가라앉는 것이었다.



팔팔 끓는 물처럼 손댈 바를 모르겠던 그 감정이,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온다는 사실을 목도하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해졌고,

그때마다 그녀는 괜히 자신에게 멋쩍어 손가락 사이사이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리곤 했다.





그러다 오늘 그녀는 일순 멍해져 가만 위를 바라보았다.


닿지도 못할 그 천장 높이가

어쩐지 바로 머리맡에 내려앉는 것만 같아 순간 움찔 목이 움츠려졌고 눈동자로 두려움이 스몄다.



그것을 느꼈을 때서야 그녀는 깨달았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는 이곳에,

그녀만은,

남겨져있다는 것을.



왠지 모를 평안함을 주어 세상으로부터 대피하고 싶을 때마다 찾던 이 공간이,

늘 북적이고 붐벼서 크게 인지한 적 없었지만 사실은

그녀를 언제나 '혼자'로 받아들였다는 것.

그녀를

오롯이 '홀로'이게 만들었다는 을.






그녀는 헛구역질을 할뻔 했다.


그곳

그녀가 살고 있는, 때때로 대피하고만 싶던,

'세상'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주위의 그 누구도, 심지어 그 공간조차도 인지하기 이전에

그녀는

그곳 연기처럼 빠져나왔다.









작가의 이전글 처음이 곧 끝나는 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