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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언니야.
오늘도 정다운 이웃이 소중한 끼니를 챙겨주고 갔어. 그는 불필요한 기척을 내지 않아. 현관문을 열 때 밀리지 않도록 모퉁이에 얌전히 놓인 종이봉투는 다정하고 사려 깊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육개장과 전자레인지에 갓 돌린 밥, 알맞게 소분된 반찬들. 우리 동네 라이더가 챙겨준 나의 점심이란다.
당초 내가 배달음식을 먹는 경우는 이사 첫 날이나 놀러온 친구들이 맥주에 곁들일 치킨이나 피자를 원할 때 빼곤 없었어. 알 수 없는 배달 과정과 식어버린 맛에 대한 불신이 확고했지. 낯설수록 안전한 비대면의 역습, 그 한 치 앞을 모르고 말이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세상이 우리에게 주문하는 첫 번째는 언제 어디서건 최대한 사람을 피할 것. 야박하지만 강력하게 발효 중이야. 일단 대면하려면 돈이 들어.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도발적으로 얼굴을 ‘까면’ 벌금이 25만원이야. 둘째, 나타나지 말 것. 공부, 예배, 업무 미팅, 사적 모임 등 접촉이 필요한 모든 장소마다 투명한 바리케이트가 쳐져있어. 안 보곤 못배길 지경이라 해도 당분간 선 넘지 말란 얘기지. 셋째, 사라지지 말 것. 격리 중에 문을 박차고 나가 활보하면 사방에서 공격과 비난이 쏟아질 거야. 개인은 방역의 총체이자 바이러스 전파자라는 가능성을 동시에 지녔으니 내 몸은 이미 내 몸이 아닌 거지.
어딘가 익숙한 키워드 아닌가 했더니 불과 몇 년 전까지 할리우드 SF영화에서 곧잘 우려먹곤 했던 미래사회야. 지문, 안면, 홍채 등 대면인식은 어느새 구식이 돼버렸어. 강력한 통제사회 속에서 최대한 실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를 설명하는 아이러니, 이런 미래를 꿈꾼 건 아니었는데 말이지. 초고속성장으로 인류는 조로하고, 개인의 일상은 무가치해져서 점차 공유&획일화하는 그 지점에 어느새 와버린 거야. 다른 게 있다면 현실엔 우리를 구원해줄 아이언맨이 없다는 사실.
그래도 우리에겐 오늘의 일상을 지켜줄 비대면의 천사가 있어. 호출엔 꼭 응답하고, 약속한 건 빠짐없이 챙겨주는 사람, 낯모르는 나를 위해 24시간 찾아와주는 사람. 그 어느 때보다 성업중인 정다운 이웃, 배송업계 라이더들 말이야. 최근 아마존은 미연방항공청으로부터 드론 배송 허가를 받았어. 2.3kg 이하의 물품이라면 주문 30분 만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단 얘기야. 준비 없이 덜컥 와버린 2.5단계의 미래에서 믿을 건 마스크와 육해공의 라이더 뿐이라는 사실은 비현실적이어서 차라리 미래적이네. 친구들, 오늘도 안전하게 언택트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