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은영 Mar 21. 2019

당신들의 나와바리



봄이 설핏 오고 있던 2월 어느 날. 

하루를 온전히 빼서 왕복 7시간짜리 등산에 나섰다. 중간쯤 오르다가 오른쪽으로 편평한 산마루를 지나게 됐다. 이말은 아래는 인적을 허락하지 않는 가파른 비탈이라는 뜻이고,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숲이 아래로 너울졌을 것으로 기대해봄직 하다. 

물 마시고 숨도 돌릴 겸 걸음을 뗐다가 뜻밖의 참혹한 광경을 만났다. 


너울진 비탈숲을 기댔했던 내 발 아래 놓인 것은 아마도 황조롱이에게 습격당한 작은 새의 저항흔. 자연이 빚어낸 아찔한 풍경인 건 맞는데 결이 전혀 달라서 허걱, 숨이 절로 멎었던 순간이다.
더군다나 며칠 바람이 매웠다. 깃털이 여즉 이만큼이라는 건 바로 얼마전까지 사투가 벌어졌다는 거다. 어떤 생명체가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냉혹한 먹이사슬에 마지막 숨을 밀어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어쩌다 한번씩 산을 돌아야할만큼 다급한 용무의 차나 트럭들이 지날 뿐인, 인적 드문 곳.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야생이다. 못 오를 게 무어냐 잘난 척 성큼 들어선 산, 뜻밖의 경고를 들은 기분. 

소오름이 오소소. 


작가의 이전글 일생을 일년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