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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영 Mar 28. 2019

민들레의 영토


태양 한 점이 길가에 콕 박혀있다


꽃부터 피는 식물은 반드시 여러해살이풀이야. 

추운 겨울동안 꽃씨를 품고 있다가 언 땅이 녹기가 무섭게 꽃잎을 밀어올리지. 

일년생 코찔찔이들이 줄기 만들어, 잎 만들어, 어기영차 공장 가동을 시작하는 사이에 얘들은 이미 매대에 물건 깔기 시작하는 거야.  


비록 꽃잎을 크게 만들지 못하고 태양 가까이 키를 키울 수도 없지만 괜찮을 거야.

왜냐하면 얘들은 낙심할 줄을 모르거든. 

겨울은 끝나가지만 봄기운이 돌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는 애매한 시절- 

겨울이 돌아가다 말고 샘이 나서 다시 찾아오는 그 추운 날- 

채 녹지 않은 땅을 비집고 여린 얼굴을 세상에 내밀 때 말이야. 

밖은 얼었고 뒤는 막혔으니 언 땅에 얼굴을 밀어올리는 것 말고는 이 아이들에게 차선은 없어. 


잠들지 않은 겨울에 대한 보상으로 누구도 뿌리 내리지 않은 봄의 황무지를 약속받았지. 

태양을 닮은 얼굴에 단단한 뿌리를 가진 완벽한 꽃. 

민들레의 두번째 봄이 시작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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