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너무 비장하고 진지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그림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아 나도 이 정도는 그릴 것 같다’, ‘그림이 너무 쉬운데?’하는 느낌을 받는다.
또 그림 앞에서 너무 진지하게 그림 깊숙이 감춰놓은 듯한
작가의 의도나 배경을 찾아내려고 잔뜩 고뇌하는 표정을 지으며
심각한 척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람인가? 입에 물고 있는 건 뭐지? 머리 모양이 왜 저래? 왼쪽에 그린 건 토끼 귀인가?
떠오르는 대로 쉽게 질문하고 대답도 즉흥적으로 할 수 있는 조금은 쉬워 보이고 가뿐해 보이는 그림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앞에서 예술에 대한 엄숙함, 숙연함이 느껴진다면
이 그림 앞에서는 스케치북을 열어 뭐라도 끄적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은 느낌에 위로가 된다고 할까?
나는 매번 무슨 일을 시작할 때 시작이 매우 오래 걸리는 사람이다.
보이지 않는 과정과 결과를 미루어 짐작하고 첫발을 떼려 하니 미덥지 않은 나에 대한 불신과
예상치 않게 펼쳐질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책임, 망신, 자책들을
선이자 떼듯이 먼저 생각하려니 일의 진행 아니 시작조차 잘 안되는 사람이다.
또한 끈기도 부족해서 작심삼일이 웬 말인가? 작심하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금세 식어버리기도 하는 냄비근성의 선두 주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보이는 인정이나 평판에는 어찌나 민감한지 조금이라도 시큰둥한 반응이라도 보이면
‘내 이럴 줄 알았지.’ 하며 접어버리기 일쑤다(이렇게 까지 말하니 정말 형편없어 보이긴 하다).
작은 일에도 그 원인이나 결과를 자꾸 내 안에서 찾으려 하다 보니
예상대로 잘 안되는 결과 앞에서 늘 쪼그라드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니 더 완벽한 조건, 상황, 강력한 열정과 흥분이 아니고서는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런 내가 피카소의 이 그림 앞에서 위로를 받는다.
그림을 보고 있으니 피카소가 하는 말이 느껴진다.
‘내가 인생 좀 살아보니까 인생 뭐 별거 없더라. 그냥 아이처럼 하고 싶은 거 해보고.
안돼? 그럼 말고. 재미있으면 좀 더 해보면서 천천히 해도 돼. 틀렸어? 그럼 쓱쓱 지우고, 다시 그리면 돼. 지금 제일 생각나는 거 있어? 그럼 그걸 그리면 돼. 너무 대단한 거 그리려고 하지 마. 눈앞에 보이는 것, 생각나는 것 그거 그리면 돼. 그거 하면 돼.’
결과를 생각하며 너무 진지하고 비장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이처럼 보이는 것, 하고 싶은 것 그냥 뭐라도 지금 바로 끄적여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미있으면 그것만 계속 해도 된다고.
아이처럼 생각하기를 원했던 피카소는 나에게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생에 대한 비장함을 조금은 내려놓고 수많은 시도와 연습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는
그러고도 아무렇지 않게 다시 실패하는 아이처럼 표현하고 살기를
그의 그림으로 강력하게 권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괜찮아. 그래도 아름다워. 그래도 충분해. 그게 인생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