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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리 Feb 07. 2021

INTJ의 어린 시절 (feat. 현 서비스기획자)

어렸을 때부터 정리와 계획에 충실했던 편.




내 MBTI는 INTJ이다.
출처 : https://www.16personalities.com/ko

요약하자면 "상상력이 풍부하면서도 결단력이 있으며, 야망이 있지만 대외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며, 놀랄 만큼 호기심이 많지만 쓸데없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는 법이 없는 사람"이라고 설명되는 성격 유형이다. 사람의 유형을 16개로 나눈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 위 사이트에서 설명하는 INTJ의 특징적인 키워드에 대부분 부합하는 것 같긴 하다.




중학교 때로 돌아가 보자면, 당시 내 꿈은 무용가였다. (갑분 예체능) 

6살 때부터 한국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내가 너무 좋아했고 또 예상외로 잘해버려서(?) 자연스럽게 그 길이 내 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꿈만 많고 나만의 예술 세계 속에서만 사는 가난한 예술가는 되고 싶지 않았다(어렸을 때부터 다소 세속적이었던 편). 그래서 예술가로서 그리고 사업가로서 성공하기 위한 계획을 꽤나 치밀하게 세웠었다.


일단 대학은 무용과로 진학을 하고 무대, 의상 디자인 공부를 병행해서 무용계의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1차 목표였었다(Phase 1). 그 후 무용단을 만들어서 전 세계로 공연을 다니며 한국무용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2차 목표였다(Phase 2). "한국무용이 세계적 콘텐츠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주제로 혼자 ppt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ppt를 누군가에게 보여줘서 내 무용단의 월드 투어를 위한 투자금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마지막으로 교수가 되어서 후배 무용가 양성에 힘쓰고 싶다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Phase 3).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부분이 많지만 그 당시에 나는 나름 굉장히 합리적이고 꽤나 철두철미한 계획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매우 뿌듯해했었다.




고등학생 시절 당시 공부 계획을 적어두던 스터디플래너는 내 분신 같은 존재였다.

매일매일 오늘 할 공부를 플래너에 적어두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했고, 완료한 태스크를 형광펜으로 쫙쫙 그을 때마다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샘솟았다. (100% 지킨 적은 거의 없다. 다 지켰으면 수능 만점이었을 듯^^) 데일리 계획뿐만 아니라 모의고사 및 EBS 강의 순서에 따라 월별, 분기 별 계획도 세웠었다.

솔직히 이런 계획을 스스로 짜서 실천하는 공부 방식이 성적 향상에 얼마나 직접적인 도움을 줬는지는 모르겠다.(계획을 세우는 것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시간에 수학 문제를 하나 더 푸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이 스터디플래너는 자칫 지루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었던 수험생활을 '나름 할 만하다' 정도의 수준으로 만들어주는 멘탈 케어의 역할은 충분히 했던 것 같다. 직접 계획을 세우고 그걸 실천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강력한 동기부여를 느꼈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 제일 좋아했던 수업을 꼽아보면 아래와 같은데 우연찮게도 모두 '기획'이라는 단어가 포함된다. '의류 디자인 및 기획', '패션 트렌드 기획', '패션 색채와 의류 기획'. 세 가지 수업 모두 공통적으로 시장 트렌드 조사 후 하나의 컬렉션을 내가 기획하는 수업이었는데 주요 컨셉과 기획 의도에 일치하게 일관적으로 스토리를 풀어내는 작업이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의류 디자인 및 기획' 수업 최종 발표 자료 중 일부

다른 친구들의 발표를 들으며 '저건 저 컬렉션의 컨셉에 부합하지 않은 것 같은데', '저 기획 의도와 컬렉션의 방향성은 연결성이 떨어지는데', '이 발표는 기획 배경과 컨셉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합리적인 것 같다'와 같은 생각을 했다. 패션 수업을 듣는 와중에도 시각적으로 보이는 디자인적 요소보다 저런 기획적인 요소들에 더 관심을 갖고 예민하게 구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나는 '디자인'보다는 '기획'이라는 키워드와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수업들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기획자의 길로 커리어 방향성을 잡았던 것 같다. 사실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서비스기획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디테일한 썰은 다음 기회에...^^)




지금의 나는 더 계획과 기획에 집착한다.

여행을 갈 땐 미리 가고 싶은 곳을 리스트업하고 위치를 확인하여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기획한다. 그리고 그 기획은 항상 Keynote 혹은 Google 스프레드 시트와 함께한다.


연차를 소진하는 것에 있어서도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 표를 만들어 놓고 어떻게 연차를 붙여 써야 내 만족감이 극대화될 수 있을지 고민한다(내 작고 소듕한 연차). 또한 내 남은 20대를 어떻게 보내야 후회가 없을지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두고 언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러프한 계획을 세워두고 상시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당장 다음 주에 찍기로 예정되어 있는 유튜브 콘텐츠는 최대한 효율적인 시간 활용을 위해 기획안과 대본을 작성해둔 상태이다.




무엇을 하든 계획하고 정리하고 기획하는 삶의 장점은 무엇보다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케이스들을 사전에 고려하고 리스크에 미리 대비하여 플랜 B를 세워두기 때문에 방황하거나 당황하는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사는 방식이 더 똑똑하거나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출처 : 미국생활 일기장

이렇게 내 학창 시절 및 현재의 모습을 짧게 돌아보니 정말 INTJ 스럽게 살아왔다고 느껴진다. 나는 그냥 나 스스로가 납득 가능한 계획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살아야 하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다.(그 계획이 시각적인 결과물로 만들어져 있다면 더더욱 마음이 편-안) 가끔 이런 성격을 스스로 피곤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이런 성격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획하는 사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일들을 해온 것 같고 적어도 지금은 이런 나의 삶에 대해서 꽤 만족스럽다.




첫 번째 글을 뭘 써야 할지 좀 고민됐는데 최근 핫했던 MBTI 성격 유형을 키워드로 간단하게 나의 학창 시절 소개하고 어쩌다 기획일에 흥미를 갖게 되었는지를 얘기해보는 가벼운 글로 시작해보았다. 앞으로는 기획자로서의 구체적인 생각, 경험, 이야기 등을 담은 글을 꾸준히 써볼 예정!


(그 와중에 노션에 앞으로 어떤 글을 발행할 것인지에 대한 콘텐츠 아이템과 기획안을 작성해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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