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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리 Feb 09. 2021

클럽하우스 적응기(feat. INTJ)

함부로 핵인싸들의 소굴에 들어갔다간 혼쭐이 날 수도...




Facebook, Instagram 이후 SNS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들은 Z세대를 중심으로 흥미, 재미 위주의 가치를 전달하며 성장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클럽하우스는 '인생 최대 낭비 SNS'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오는 주제에(?) 재미와 더불어 꽤 유용한 정보성 가치까지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의 테크 업계 유명 인사들을 중심으로 바이럴 되었고 바로 지금 한국 내에서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오디오 챗 서비스 '클럽하우스'. 10일 정도 짧게 사용해보고 느낀 점을 써보았다.

(기능 소개 글 X 인사이트 X)


들어가기에 앞서,

난 내향적인 사람 중 가장 외향적이고, 외향적인 사람 중 가장 내향적인 사람이다.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6인 이상의 사람 모임은 불편해하며 대화를 이끌기보다는 따라가는 쪽에 가깝다. 이런 내 성향을 고려해서 이 글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1) 폐쇄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개방적인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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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기사용자로부터 초대를 받아야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폐쇄적인 첫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 안으로 들어간 순간, 내가 가입한 그 어떤 서비스보다 가장 개방적인 서비스임을 알 수 있었다. 생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진짜 목소리로 실시간 대화를 할 수 있다니... (심지어 바다 건너 외국인과도 가능) K-유교걸이자 사교성 부족한 INTJ로서 내 안의 인싸력을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하는 쉽지 않은 서비스이다.



2) 자기소개는 반드시 힙스럽게 써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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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줄 쓰는 자기소개 절대 안 되죠? 아, 자기소개 아니고 Bio라고 해야 된다. 클하 인싸가 되기 위해서 Bio는 간략하게 키워드 중심으로 소속, 직업, 관심사를 반드시 emoji 함께 적어야 한다. 자신만의 가치관을 보여줄 수 있는 한 줄짜리 문장도 가능.

가상의 프로필입니다


3) 리스너들도 리액션할 수 있게 해주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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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Speaker가 아닌 Listener들의 경우 별도 리액션이 불가하다는 것이 좀 아쉬웠다. 나는 지인들이 있는 방이 아니라면 철저한 청자 모드로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편인데, 대화 중 '웃음', '공감', '슬픔', '축하' 정도의 리액션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zoom으로 화상 회의를 하다 보면 박수, 하트, 표정 등 이모지로 간략하게 리액션할 수 있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데 그 정도만 되어도 나 같은 아싸들이 더 클럽하우스를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은은하게 존재감을 어필하고 싶은 내성적 관종의 니즈

+ 참고로 클하 내에서 리스너들의 경우 음소거 버튼을 깜빡깜빡하는 게 박수의 의미라고 한다. (음소거 버튼을 반복적으로 on/off)



4) 스타트업 및 IT 업계 인플루언서 발견하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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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에서는 유니콘 기업의 공동 창업자 및 CEO, 유명 VC, 작지만 꽤 유명한 브랜드의 CEO 등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평소 관심 있었으나 컨퍼런스, 뉴스, 공식 SNS 계정 정도에서 밖에 접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사전 등록 따위 없이 바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포인트인 것 같다. 그들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넘사벽이 0.1cm 정도 낮아진 기분이랄까? (나 혼자만의 일방적인 내적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는 뜻)



5) 명확한 대화 주제에서 출발하는 대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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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내에는 굉장히 다양한 주제로 대화방이 생기고 있는데, 그냥 '잡담해요', '심심한 사람 모여라'와 같이 주제가 모호한 대화방보다는 '작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디지털 헬스케어', 'ENFP 모여라'와 같이 비교적 구체적인 주제로 작은 그룹을 타겟하는 대화방들이 많다. (아직은 IT, 스타트업 관련 주제가 많아 보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다양한 주제, 직업, 키워드의 대화방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시시콜콜한 주제들도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하튼 이런 경향은 나처럼 불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의 '아묻따 소셜 오디오 챗 서비스'에 대한 심적 허들을 그나마 낮춰주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6) 예측 불가한 화자(Spe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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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어와서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 특성상, 모든 화자의 발언 퀄리티를 컨트롤하는 것은 쉽지 않다. 퀄리티 있는 발언만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주제에 맞지 않는 대화를 한다거나 대화의 텐션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은 좀 곤란하다. 난 그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대화방에 있으며 흥미가 확 식어버리고 바로 대화방을 나가버린다.(내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이런 점 때문에 대화를 이끌고 대화방을 관리하는 사람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유저풀은 계속해서 넓어질텐데 지금 유지되고 있는 서비스 퀄리티가 잘 유지가 될까?하는 의구심도 든다. 물론 서비스 운영자도 그걸 모르진 않을 것이고 앞으로 그 물관리를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이 부분을 탈 없이 잘 넘기게 된다면 정말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7) 그 외의 것들


- 아직까지 어뷰저가 적다는 점이 좀 신기함

- 국가 기준으로 참여할 대화방을 탐색하기 어려움

- zoom 보다는 확실히 오디오 환경이 좋음

- 노티 정책은 다소 노이지 하게 느껴짐

- 흔하지 않은 UI와 UX라서 신선하게 느껴짐

- 한국에서도 유사한 서비스가 나올지 궁금

- 가볍게 대화방 IN & OUT이 가능하다는 점이 좋음

- 빠르게 이 플랫폼에 적응한 클하 인플루언서가 생기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중

- 클하의 향후 BM에 대해서 여러가지 썰들이 많은데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알았어 진정해...

내 주변의 인싸 지인들은 지금 클럽하우스에 중독된 삶을 살고 있다. 하루에도 친구 누구누구가 대화 중이라고 몇 개씩 노티가 와서 약간 많이 노이지하다고 느끼는 중이다.


작년인가 재작년 즈음에 컨셉이 거의 유사한 서비스가 한국에서도 나왔던 걸로 아는데 그땐 왜 잘 안됐었을지 생각해보았는데 당연 코로나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 사람 냄새나는 커뮤니케이션이 그리워진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진짜 목소리로 타인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에 빠져들어버린 것이 아닐지... 초반 타겟 그룹을 뾰족하게 잡았다는 점도 급성장에 매우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사회적 배경의 영향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클하 유저들이 하루하루 새롭게 만들어내는 유스케이스들을 보면서 정말 인간의 적응력이란 대단하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또 어떤 유스케이스들이 생겨날지 매우 흥미롭다. 현재 클하는 Z세대 이전 세대에서 매우 핫하는 중인데 만약 10대가 이 서비스에 대거 유입되면 서비스가 어떻게 될 지도 궁금하다.(나이 많은 사람 많아서 안들어오려나 ㅠ)




✔️정리 :

클럽하우스는 나처럼 인싸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맘 놓고 즐기기엔 약간 도전적이고 제한이 있는 서비스이지만 한 번쯤 사용해보면 흥미롭고 유용한 서비스이다.



+ 재밌는 클하방 있으면 공유해주세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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