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좋은 팀

이왕 다녀야 될 회사, 좋은 팀에서 일하고 싶다...

by 트리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성인 여럿이 모여서 일을 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다. 성향, 성격, 삶의 목표가 다르고 하다못해 보상의 액수도 다르고. 필연적으로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잡음을 잠재우기 위해 조직은 다양한 방법들을 시행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회사의 시스템이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좋은 팀의 표면적 형태는 개개인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목표가 이직인 만큼 그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좋은 팀'이라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좋은 팀을 구성하는 사람’에 대한 고찰이다.





IMG%EF%BC%BF3591.JPG?type=w1



1.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이 곧 책임감


좋은 팀은 대단한 사명감이나 목적의식으로 똘똘 뭉친 집단이라기보다, '내 몫을 못 해서 남에게 짐이 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짐'이란 단순히 업무 실수를 넘어, 나의 불성실함과 부주의함이 동료 및 협업 부서에 추가적인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거나 팀의 전체적인 평판을 갉아먹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이런 폐 끼치는 행위에 대해 수오지심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를 끝까지 책임진다. 이들에게 책임감은 거창한 목표 달성이나 상위 조직장에게 받는 인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료에게 부끄럽지 않은 존재가 되고자 하는 기본적인 예의라고 볼 수 있다. 엄청난 사명감은 없지만 동료에게 짐이 되는 것은 무서워하기 때문에 성실하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한다.


동료의 시간을 뺏지 않겠다는 자존심에서 이어지는 책임감은 성실한 태도를 만들고 나는 이러한 태도가 좋은 팀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개인 역량 중 하나라고 믿고 있다.





2. 삶의 중심이 회사 밖에 있는 사람들


개인의 행복이 회사 밖에 있는 사람들이 더 건강한 에너지를 가진 팀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삶의 모든 가치와 인정 욕구를 회사 안에서만 채우려는 사람은 위험하다. 그들은 종종 본질적인 업무의 성과보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내가 얼마나 잘하는 사람인지', '저 사람보다 내가 더 잘해'를 증명하기 위해 보여주기식 뻘짓에 에너지를 쏟곤 한다.


단순히 생각했을 때, 회사에서의 인정 욕구와 업무 성실도 및 성취도는 비례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인정받기 위해서 더 열심히, 그리고 더 잘 일할 것이다는 가설이다. 뭐,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다만 이 가설이 성립하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리 회사는 진정 열심히 그리고 제대로 일하는 사람을 알아보고 인정해 주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이런 전제를 만족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회사 밖의 삶이 단단한 사람은 회사에서의 인정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회사는 자아실현의 무대가 아니라, 내 삶을 지탱하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나의 작은 전문성을 제공하는 노동 공간일 뿐이다. 여기에 첫 번째 조건인 '수오지심'까지 갖춘 동료라면 불필요한 정치를 하지 않고, 업무 상황에서는 감정 소모를 줄이며, 주어진 업무에만 집중한다.


회사에서의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에 남은 에너지를 퇴근 후 나의 삶에 투자하며 윤택하고 즐거운 삶을 꾸려나간다. 이렇게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개인의 삶은 다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결국 좋은 팀을 만드는 동력은 객관성을 상실한 인정 욕구가 아니라 삶의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는 균형감이다.






3. 인위적인 '친목' 대신 '전우애'를 선택하는 팀


직장 동료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나 역시 같이 워케이션을 다녀올 정도로 가까운 동료들이 있다.) 다만 그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이 중요하다.


"우리는 동료니까 친해져야 해 !" 혹은 “그냥 친해지고 싶어 !”라는 마인드로 친목 활동을 중요시하는 것은 회사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인위적으로 동료 간의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자리들은 상대와 더 친해지고 싶지 않아지고 조직에 대한 피로도만 높아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런 의미에서 강제적인 회식, 억지로 텐션을 높여야 하는 플레이샵, 불분명한 목적의 워크샵은 최악이다. 회사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굳이 친분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도 일단 경계한다. (불편해)


물론 동료 간의 친분이 업무 커뮤니케이션의 문턱을 좀 더 낮출 수 있다는 점에는 100% 동의한다. 하지만 그 문턱은 '업무적 신뢰'를 통해 자연스럽게 낮아져야 한다. 신뢰라는 기반 없이 좁혀진 거리는 오히려 공과 사의 경계를 흐리고, 조직의 객관성과 업무의 질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진실한 동료애는 협업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함께 위기를 넘기고, 문제를 해결하고, 어려운 프로젝트를 끝내는 과정에서 상대의 업무 역량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을 알게 된다. 그렇게 같이 일을 하다 보면 이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은지, 아니면 적절한 거리 두기가 필요한지 자연스럽게 결론이 난다.


일하는 모습을 알면서 친해진 관계에는 회사 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친밀감이 있다. 그리고 그 친밀감은 치열한 업무 현장에서 생겨난 전우애를 바탕으로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지속된다.







좋은 팀을 만드는 본질은 각자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인간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일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커뮤니케이션 스트레스가 없고, 단톡방에 유머가 넘치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해 주는 분위기. 이 모든 것들은 좋은 팀이 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물이다.


회사를 자아실현 및 인정욕구의 수단으로 삼지 않고, 업무와 사적인 영역에서의 적절한 에너지 분배감을 유지하며, 협업의 과정에서 전우애를 쌓아가는 것. 내가 생각하는 좋은 팀은 이런 성숙한 개인주의가 모인 곳이다.


나는 얼마나 남았는지 모를 앞으로의 회사 생활 동안 그런 팀의 일원이 되고 싶고, 동시에 누군가에게 그런 동료가 되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대 회고, (6)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