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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Apr 22. 2021

엄마손

너와의 365가지 행복의 맛 #111

육아를 하면서 가장 많이 변한 건 내 손이 아닐까?

아기 손톱에 긁혀 상처가 나기도 하고, 변을 보면 엉덩이를 씻겨주고, 이유식을 만들고... 잠시도 손에 물 마를 날이 없다.


예전에는 핸드크림을 옆에 두고 손을 씻자마자 촉촉하게 발랐는데, 요즘은 금세 다시 손을 씻을 거라는 생각에 로션이 번거롭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눈에 띄게 건조하고 거칠어졌다. 보드랍고 고운 내 손은 어디 갔나 싶어 자기 전에 손에 로션을 듬뿍 바르며 챙기기 시작했다. 다 노력하고, 관리하기 나름인 것을.


문득 손이 얼마나 고마운지 생각해봤다. 요즘 내 손은 정말 큰 일을 하고 있다. 아기가 잠들 때 토닥토닥 두들겨주고, 얕은 잠을 자다가 깼을 때 손으로 얼굴을 감싸주면 아기도 내 손을 붙잡으며 다시 편안하게 잠들곤 한다. 난 그게 너무 신기하다. 누군가에게 평온감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손이라니...


서툴지만 이유식을 직접 만들어주는 것도, 응가를 하면 짝짝짝 손뼉 치며 칭찬해주고 깨끗이 씻겨주는 것도, 목욕 후 아기의 보송보송한 몸에 촉촉하게 로션을 발라주는 것도, 벙긋벙긋 아기새 같은 입에 치즈를 쏙쏙 넣어주는 것도, 유모차를 끌며 아기랑 여유 있게 산책하는 것도 모두 두 손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아기와 함께하는 작은 순간순간마다 행복이 느껴지고, 고생하는 두 손에게 정말 고맙다.


밤에 잘 챙겨줄게. 조금만 고생하자, 손아!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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