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기 전날, 들뜬 마음을 끄적끄적
'부산'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노래로 에코브릿지와 최백호님이 함께 한 '부산에 가면' 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목과 가사에 부산을 언급하지 않았어도 부산에서의 추억을 담은 노래도 있습니다. 바로 윤건의 '가을에 만나'라는 곡인데요!
이 두 곡을 하루에도 몇번씩 반복해서 들으며 기다린 부산 여행이 바로 내일,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부산에 처음 가는 것도 아닌데 왜이리 부산을 떨까요? 바로,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이기 때문인데요.
어느 날 아주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셋이 만나 맥주 한 잔을 같이 했습니다. 한 친구는 그간 시험 준비로 친구들과 연락을 거의 하지 않고 지냈던터라 셋이 모여 맥주잔을 기울인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맥주 한잔 마셨다고 친구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어쩌다 부산 얘기가 나왔고, 기분이 좋았던 친구는 "우리 부산 가자! 나 부산 한번도 안 가봤어" 라고 외쳤습니다.
"그래, 가자!" 가뿐하게 대답했고, "날 잡아!" 라며 날짜를 찍었습니다. "8월 12일! 한 사람도 못 간다고하기 없기야!!" "누가 할소리!!" 그렇게 짧고, 굵게 우리의 부산 여행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수능을 마치고 중학교 친구들과 떠난 태백산 기차 여행, 대학시절 후배와 함께한 내일로 여행.... 그리고... 단짝 친구와 둘이서 떠난 포항 여행... 이때는 기차를 탔나? 버스를 탔나? 기억이 가물가물 할 정도로 오래되었네요.
직장인이 되고난 뒤 친구들과 시간을 맞춰 함께 여행을 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생활 패턴도 다르고, 시험 준비 등 각자가 처한 상황도 다르니까요.
그래서 이번 여행은 너무나 특별합니다. 아주 오랜만에 떠나게 되었거든요. 친구들과 기차 여행을! 그것도 끝에서 끝인 서울역에서 부산역으로요.
숙소와 기차표만 잡아놓고 조용한 친구들... 뚜벅이 여행인데 아무 준비도 안하면 더운날 고생할 모습이 눈에 선했어요. 그래서 시간을 내어 시원한 도서관에서 부산 여행에 대한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어느 코스를 어떻게 이동하면 좋을까?, 여기 가고 싶다고 했는데, 먹어볼만한 음식은 뭘까?, 이왕 셋이 함께 여행 갔는데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는 예쁜 카페는 어딜까?' 생각하며 책에서 찾은 정보를 끄적끄적 노트에 옮겨봅니다.
돼지국밥, 낙곱새, 냉채족발 등등 부산에 가면 먹고 싶은 음식이 참 많네요! 아재입맛인 저와 아주 잘 맞는데 친구들도 좋아하겠죠? ㅋㅋ
첫째날에는 청사포에 있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놀다가, 광안대교에서 야경 보기.
둘째날에는 숙소가 있는 서면에서 느긋하게 산책하기.
시간이 허락한다면 86번 버스를 타고 산복도로 (산 한복판이 생긴 도로, 부산이 간직한 희귀한 풍경이라고 한다.)를 굽이굽이 여행하기.
여행 중 찾을 수 있다면 유치환우체통에서 1년 뒤 나에게 도착할 느린 엽서 쓰기. (나중에 우리의 여행을 추억할 수 있을테니까)
"우리 이렇게 여행해볼까?"하고 찾아본 정보를 공유했더니, 친구들도 좋아하네요~! ^^
뭐, 이대로 여행할지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상관 없어요. 대략 이런 식으로 여행해보자는 가이드일 뿐!
내일 기차에서 먹을 간식도 준비했어요. 혼자서는 잘 먹지 않아 집에 쌓여있는 과자를 챙겼어요. 그리고 기차여행의 진리인(?) 계란도 삶았어요. 요즘 누가 계란을 챙길까 싶지만, 소금까지 꼼꼼하게 챙겼어요. 크크 여행하다 배고프면 먹겠죠!
아침 일찍 서울역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이만 자야겠네요! 드디어 내일! 하룻밤 자고 눈을 뜨면 친구들하고 부산에 간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