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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Jun 13. 2021

침대에서 쿵

너와의 365가지 행복의 맛 #163

쿵.
으앙~


주말 아침, 무의식 중에 대략 일곱 시라는 것을 확인하고 눈을 감았는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아기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아기가 크게 다친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옆방으로 뛰어갔다. 소파에서 잠시 눈을 붙이신 아빠께서도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셨다.


새벽 다섯 시 즈음, 신랑이 출근 준비를 시작하려 할 때 아기도 늘 눈을 떴다. 그리고 수유를 하고 다시 잠들었는데 대전에 있는 동안 밤중 수유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기가 그 시간대에 깼을 때 일부로 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엄마께 좀 보듬어 달라고 부탁했었다. 아빠께서는 늘 이른 새벽에 깨서 활동하시기 때문에 아빠가 아기랑 놀다가 재우고 침대에 눕혀놓으셨다. 아빠 품에서 간신히 잠들었어서 깰까 봐 침대에 눕혀놓고 떨어지지 않게 옆쪽에 베개를 두었는데 아기는 베개가 없는 방향으로 돌아서 기어 나온 듯했다.


너무 깜짝 놀라서 아기를 안고 몇 번이고 이름을 불렀다. 가족들이 다 달려 나와 안아주니까 울음을 금방 그쳤는데 내 가슴이 더 요동치고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인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울었다. 빵이 이마에 혹이 나 있었고 엄마께서 멍들지 말라고 계란을 꺼내서 문질러주셨다. 나는 어떻게 기어 다니는 아기를 침대에 재우셨는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울었다. 자고 일어나면 쓱쓱쓱 기어 나오는 아기인데... 떨어지는 소리에 너무 놀라기도 했고, 잠이 들어 방심한 순간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나는 아빠를 안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안전, 안전을 얼마나 강조하신 분인지... 손녀를 얼마나 예뻐하고, 사랑해 주시는지... 그래도 그 순간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아빠가 원망스러웠다. 시간을 돌리고 싶었다, 밤중 수유를  뗀다는 이유로 아기를 맡기고 잠이 든 나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께서는 아기를 키우다 보면 별 일이 다 있으니 자책하지 말고, 대처를 잘하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라고...  눈을 다치거나 이마가 찢어질 수도 있는데 삼신할머니가 지켜주신 거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1m 높이에서 떨어졌으니 머리가 다친 건 아닐까 계속 상태를 지켜보았다. 밥을 먹고 한번 게워내는 모습도 보여서 아기가 잠든 동안 소아과 갈 준비를 했다. 부모님께서는 아기가 활발하고,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씀하셨지만 혹시 모를 뇌출혈이나 유아 뇌진탕이 걱정되었다. 처음 다친 거라 놀라고 불안한 마음에 눈물이 계속 나왔다.


소아과에서는 2세 이하 아기들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CT 촬영이 원칙이라고 했다. 큰 병원 응급실로 들어가서 찍어보라고 진단서를 써줬다. 코로나 시국에 응급실에 가서 CT촬영을 해도 괜찮을까 고민되었지만 정확히 알아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 일단 큰 병원에 갔다. 다행히 응급실이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CT촬영은 아기를 재우고 가능한데 아기가 축 쳐지거나 계속 울면서 보채거나 분수토 하는 증상이 없으니 엑스레이 먼저 찍어보기로 했다. 엑스레이 대 위에 아기를 눕히고 문 밖으로 나왔을 때 마음이 이상했다. 빵이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인지, 왜 방사선과 선생님이 나를 붙잡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좀 울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신속하게 끝내는  좋을 것 같아 밖에서 꾹 참으며 기다렸다.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걱정하며 기다렸을 아빠와 언니에게도 괜찮다고 연락했다.


하루 종일 옆에서 지켜본 빵에는 평소처럼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았다. 계란 찜질과 냉찜질 등 빠른 대처로 멍이 시퍼렇게 들지 않고, 혹도 많이 가라앉았다. 정말이지 삼신할머니가 지켜주신 게 맞다며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들이 크면서 아프고, 다칠 일이 수도 없이 많을 텐데 잘 대처하고, 담대한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아침에 쿵하던 상황을 생각하면 심장이 요

동친다. 그런데도 이모, 삼촌, 할아버지 등 어른들이 다 똑같이 말씀하신다. 아기 키우다 보면 의례 있는 일이라고... 아기들은 삼신할머니가 지켜주셔서 견딜 수 있을 만큼 아프다고... 걷기 시작하면 부딪치고, 떨어지는 등 돌발상황이 많이 생겨서 도로에서는 특히나 더 조심해야 한다고... 그게 부모 책임이고 역할이라고... 부모 되기가 그렇게 어려운 거라고... 그래서 자식이 그렇게 귀한 거라고...


아기한테도 미안했지만 아기를 봐주다가 일어난 일인데 아빠 탓을 한 것도, 코로나 상황에 응급실에 간 상황도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심장이 약한 우리 아빠는 또 얼마나 놀라셨을까... 대전에 있어서 부모님께서 아기 염려를 함께 하시는건데 내가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아기와 부모님을 보살피는 보호자 역할을 하는 내가 되었으니 앞으로는 조금 더 침착하게 대응해야겠다.


튼튼하고 건강하게 지내는 빵이가 그저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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