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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Jun 15. 2021

담대하게 키우자

너와의 365가지 행복의 맛 #166

아기가 성장하면서 아프고, 다치는 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워낙 호기심이 많은 빵이는 뭐든지 입으로 탐색하고, 서랍장 손잡이를 돌리고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며, 선풍기 버튼을 눌러보고, 화장실과 다용도실, 신발장 등으로 기어간다. 혹시라도 다칠세라 노심초사하며 지켜보고, 따라가서 안전한 곳으로 옮기곤 한다.


아침에는 엄마께서 빈 요거트 통을 씻어서 빵이에게 가지고 놀라고 주셨다. 가족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빵이는 신나게 빨며 갖고 놀았다. 그런데 엄마께서 가까이 가보니 플라스틱을 둘러싼 비닐을 이빨로 물어뜯어 삼킨 게 아닌가? 오-마이-갓. 얼른 요거트 통을 뺏고 입에 손을 넣어서 비닐 포장지를 뱉도록 했다. 혹시라도 목에 걸릴까 봐 거꾸로 돌려 등을 두드렸다. 컥컥거리긴 해도 비닐 포장지를 잘게 뜯어서 이미 뱃속으로 넘긴 듯했다. 당황스러웠다. 엄마께 빵이 장난감 외에 다른 거 주시지 말라고 차갑게 말했다. 엄마는 서운한 마음에 끝내 눈물을 보이셨다. 아기가 잘못될까 봐 예민해졌는데, 엄마께서 속상해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더 마음이 안 좋았다.


혼자서 아기를 돌보더라도 얼마든지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혼자 있을 때는 없던 일이 대전에서 여러 사람이 아기를 돌보면서 오히려 사고가 생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기가 요거트 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같이 봤고, 비닐을 뜯어먹으리라 예상하지 못한 것도 똑같은데... 왜 애꿎은 엄마한테 화를 내는 거야? 그럴 거면 혼자서 돌봐야지. 도와주는 가족들 탓을 하면 안 된다고 반성했다. 그저 빵이가 한창 구강기이고, 호기심이 많은 꾸러기라 그런가 보다 하고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엄마인 내가 더 관리를 잘해야 하는 거다.


엄마께는 바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무엇보다 아기가 아프거나 다치라고 한 게 아니라 돌봐주시다가 그런 거고, 아기라서 돌발행동을 한 거니까, 그런 상황이 너무나도 많고 앞으로도 그럴 거니까,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담담하게 키워야 엄마인 나도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 같다.


초보 엄마라 그런가 많은 상황들에 쫄보가 되어 있다. 담대한 마음으로 아기를 키워야 아기도 대담하게 자라지 않을까? 엄마로서의 나를 바꿔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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