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댁 Jun 21. 2021

자연이 주는 기쁨

너와의 365가지 행복의 맛 #171

주말에 부모님과 드라이브를 하다가 엄마 지인이 가꾸시는 밭에 가게 되었다. 엄마께서 예전부터 가고 싶어 하셨던 곳인데 뜻밖에 기회가 닿았던 것이다. 사람이 없어 한적한 시골길 속 꽤 가파른 곳에 밭을 갖고 계셨다. 그래도 산들바람을 맞으며 나무 그늘을 따라 걸으니 시원했다. 태교 할 때도 숲이나 공원에서 산책하는 걸 좋아했는데 지금도 아기와 자연 속에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하다. 아기띠 속 빵이도 자연 속에서 기분이 좋은지 발목을 신나게 돌렸다.(기분 좋을 때 하는 특유의 제스처다.) 산딸기, 앵두, 오디 등 보이는 열매마다 따서 맛보았다. 먹고 배 아픈 거 아니냐고 몇 번을 물었는데 부모님께서는 날 바보 취급하셨다. 내 눈에는 오디 속에 작은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게 보인다고 하니까 입으로 후 불어서 주셨다. 마음을 열고 맛을 보니까 생각보다 달고, 맛있었다. 반가운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뻐꾸기, 풀벌레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날아다니는 나비를 따라가며 장난을 치고, 한가득 핀 망초대 꽃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열무, 상추, 오이 등등 다니는 길마다 먹을 게 천지였다. 아기가 산모기에 물릴까 봐 걱정했는데 아직 한여름이 아니기도 하고, 모기 탐을 안 하는 것 같다. 사람이 없어 마스크를 벗고 맑은 공기를 마시니 상쾌했다. 아기는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는데 자연이 가장 좋은 선생님인 것 같다. 자연이 주는 기쁨을 빵이도 마음껏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서울에 가서도 자연을 자주 찾아다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시나브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