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사람들과 함께 가까운 곳에서 즐기는 색다른 여행 이야기
홀로 방 안에 앉아 창 밖을 바라봅니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둥둥 떠있고, 선선한 바람에 나뭇잎이 손 흔드는 가을날이네요.
환절기라 감기 환자들이 많은데 저도 그 대열에 줄을 섰습니다.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나은 것 같다가도 다시 시름시름 아프고...
지난 한 주는 저녁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푹 쉬었네요. 얼른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와중에도 꼭 지키고 싶은 약속이 있었으니... 바로 회사 동료들과의 1박 2일 연남동 여행이었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휴직을 하게 되었는데, 이전부터 늘 함께 하고 싶었던 동네여행을 실천했어요.
연남동에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하고, 동네 주민처럼 느긋하게 여행하는 컨셉이예요.
이렇게 하룻밤을 머물게 되면 그 동네의 낮 뿐만 아니라 늦은밤과 아침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약속 장소에 잠시 들렀다가 가는데, 차근차근 동네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 되지요.
우리끼리 좋아서, 또래 동료들과 1박을 한건 처음이었어요. :-)
그만큼 특별했던, 연남동에서의 시간을 소개합니다.
# 여행의 시작은 숙소에서부터!
토요일 오후 5시 숙소로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라이프 쉐어'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여행의 맛을 알게해준 여행작가 초롱님(최재원님)의 도움을 받아 연남동에 숙소를 구했어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whiskey, whiskey, whiskey 04'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29안길 19-14)는 연남동 주민센터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요. 반지하인데,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파티를 즐기기에 좋은 곳인 것 같아요. 가벼운 와인이나 샴페인과 함께 아늑한 분위기를 즐기면서요!
# 구석구석 연남동 나들이
주말이라 사람들로 붐비는 경의선 숲길을 지나 경성 중학교를 먼저 찾았습니다. 왜냐하면 함께한 멤버 중 똥찌엔(별명, 중국어 이름)이 어렸을 때 연남동에 살면서 다녔던 학교이기 때문이예요. 오랜만에 예전에 살던 동네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며 학교를 먼저 찾더라구요.
경의선 숲길을 중심으로 양쪽의 연남동 분위기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경성 중학교 쪽은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덜 찾는, 조용한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
그저 발걸음 닿는 대로 걸었습니다.
수제식빵 전문점이 있네요! 시나몬 식빵, 팥식빵, 치즈 식빵 등 식빵 종류가 정말 다양했어요.
여기서 우리는 다음날 아침 먹을 식빵을 두개 샀습니다. :D
검은 푸들이 반겨주는 'ALMENDRO'라는 작은 상점에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건너온 악세사리와 빈티지 소품이 가득하네요. 여심 저격!
지나가던 카페 앞에서 우리의 모습도 담아봅니다.
한 번쯤은 예술가로 살아볼 수 있도록...? 재밌는 프로그램이 많을 것 같은 카페예요.
벽에 명화가 가득 걸린 특유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디저트 카페 'Le Torte'
언젠가 한번쯤 들러서 찍어보고 싶은 연남동 흑백사진관 '두근거림:준'
여쭤보니 한두달 전에 예약을 해야 찍을 수 하더라고요.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는 'MARY BROWN'
다시 한번 취향 저격! (크윽)
걷고 또 걸으며 구경하고,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식빵집 주인님께 추천받은 저녁 장소로 찾아갔습니다. 바로 윤성용 레스토랑.
셰프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총 여섯명이서 여러 음식을 주문해서 맛보았어요. 메뉴판에서 메뉴와 함께 음식을 살펴볼까요?
식전빵 먼저 나왔구요!
바삭한 닭다리살과 새콤달콤한 야채가 어우러진 윤성용 특선 둥지샐러드. 정말 추천해요!
파스타는 머쉬룸 오일. 버섯 매니아예요. :D
토마토 소스로 만든 마레 리조또도 한입씩~!
윤성용 특선피자인 엑스엘 XL. 이것도 맛나요!
피자 한판 더! 마르게리따~!!
와인은 숙소에서 마시기 위해 패스~!
연남동 상점과 레스토랑은 작게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주말에 사람들이 몰리면 줄이 길~더라구요.
여럿이 갔는데 대기시간이 길고, 자리가 마땅치 않으면 불편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윤성용 레스토랑은 공간이 넓고, 맛있고, 사람이 너무 붐비지 않아서 좋았어요.
다들 맛있게 먹었답니다. 그릇을 싹싹 비우며!
배불리 먹고 연트럴 파크로 산책을 나섭니다.
한강 못지 않게 돗자리 펼치고 노닥노닥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참 많네요.
선선한 가을 바람이 좋은 요즘 같은 날씨가 오래가진 않을거예요~ 지나가기 전에 즐겨야죠!
다같이 인증샷 남겨요! 찰칵!
이차는 어디로 간건지 기억이.. ㅠㅠ 여기저기 다 붐벼서 걷다가 발견한 곳이예요.
맥주 한잔씩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여행 온 기분 같다고 이야기하네요! (제가 기다렸던 반응! ㅎㅎ)
정말 그랬어요. 가까운 곳인데 이런 기분이 느껴진다는 건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주 생활권에서 벗어나,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 없이, 익숙한 사람들과 색다른 분위기를 즐긴 탓이겠죠?
늦은 시각, 거리를 걸으며 그런 느낌을 한번 더 받은 것 같아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평소 보고 싶었던 장소들을 둘러보았어요. 머릿속에는 생생한데 밤거리를 사진에 담지 못했네요.
다음날 아침에 찍은 사진으로 그 장소들을 공유할게요.
# 마주쳐서 반가웠던_라이너노트
동네책방을 좋아하는데, sns에서 보고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라이너노트가 숙소 근처더라구요!
여기 있었구나!! ㅎㅎ
# 여기 이렇게 있었구나 발견했던_별이 나들목
평소 궁금했던, 송영민 피아니스트가 운영하는 예술공간 별이 나들목도 숙소 근처였어요.
불이 켜져 있었지만 늦은 시간에 불쑥 들어갈 순 없었고, 멤버들한테 드라마 밀회에 유아인 대역으로 피아노를 친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했어요.
밀회ost를 즐겨 들었다는 울매님(별명)이 참 좋아하더라고요! :D 최인아 책방에서 클래식 콘서트 할때 함께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 꼭 한번 다시 오고 싶은_EP COFFEE N BAR
아침에 찍은 사진에서는 볼 수 없는, 이 공간의 밤 분위기에 훅 빠졌어요.
숙소에서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들어가진 않았지만, 밖에서 듣기에 재즈풍의 음악이었던 것 같은데...
자유로운 느낌의 음악과 함께 맥주 한잔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특유의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 곳이예요.
다음에 꼭 가보려구요!
# 깊은 밤, 다시 숙소에서
숙소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었는데요.
어두운 방에 은은하게 조명을 밝히고, 와인을 한병 준비했습니다. 안주도 함께요. ^^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야기 한 밀회 ost와 클래식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카드게임을 했어요.
카.알.못(카드 알지 못하는)인 저는 카드 패를 보여주거나, 이상한 카드를 내서 야유를 받기도 하지만... 3승을 거두며 승리자가 됩니다. 하하
카드를 잘하는 사람만 모여있으면 이길 궁리만 했을텐데, 저 같은 바보 캐릭터가 있어서 더 즐길 수 있었다는 후문이...ㅎㅎㅎ
셀프 카메라 모드로 타이밍을 맞추고 사진 찍기 위해 달려가서 함께 찰칵! ㅋㅋ
공간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클래식 음악과 카드게임의 조합이 마음에 쏙 드네요!
밤이 깊어가고,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누게 됩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고민이 많고, 휴직을 하고서도 고민이 많아요. 어느 방향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친한 동료가 회사를 떠나면 마음이 많이 허전하고, 학창시절과 달리 저마다 다른 시간표와 나침반을 갖고 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수많은 갈림길 중 선택한 길에서 우리는 잠시 만났던거라는걸요.
이 길 위에서 우리는 같은 상태로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흔들리면서 계속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어요. 각자의 여정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마음 편하게 서로의 고민을 나누면서요~
그렇게 기나긴 밤을 재밌게 보내고, 다음날 아침!
어제 사둔 식빵과 우유, 계란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련했어요.
식사 후 숙소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명상 선생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지난 라이프 쉐어 캠프에서 뵀던 이현정 마인드트립 대표님을 모시고 먹기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저를 제외하고 다들 명상이 처음이었고, 잡념을 없애고 집중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며 먹기 명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소수이고, 서로 친분이 있는 관계다 보니 깊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요.
선생님 말씀에 초집중해서 명상 시간에 빠져봅니다.
가부좌를 틀고 에너지를 모으고 싶으면 손으로 무릎을 덮는 자세를 하고요.
내면의 화 등 배출하고 싶은 감정 또는 에너지가 있다면 손을 뒤집어서 자세를 잡았어요.
가부좌 자세가 불편하고, 쉽지만은 않네요. 그렇지만 완벽한 자세를 추구할 필요는 없어요. 몸이 불편하면 편안한 자세로 천천히 돌아가도 괜찮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그릇을 떠올리지 말라고 하셨는데, 다른 생각을 꺼낼 때마다 그릇 이미지가 둥둥 따라다니네요.
생각, 감각, 감정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는 없지만 한발 뒤에서 살펴보는 방법을 배워봅니다.
서로 어땠는지 생각을 공유해요. 더 많은 것을 느낀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 있지만 모두 다릅니다. 그렇지만 무엇이 더 좋다고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청아한 이현정 대표님의 가이드에 따라 먹기 명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포도 한알을 오감으로 느껴보는 거예요.
눈으로 관찰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아보고, 마지막으로 맛을 보았습니다.
과일을 좋아해서 포도 한송이를 삼키듯 꿀꺽 먹는 습관이 있었는데...
포도 한알을 가지고 명상하는 시간을 가져보니 그동안 너무 급하게 먹었구나 싶습니다.
먹기 명상을 마치고 울매님은 "포도 한알로 포도 한 송이를 먹은 것 같다."고 표현했어요.
명상 후 조금 더 편안해진 마음이 표정으로 느껴지네요.
일상 속에서 음식을 먹을 때 처음 두 숟갈은 음식을 관찰하고, 씹는 것에 집중하고, 맛을 느껴보며 명상을 실천해보면 좋을 거라고 팁을 주셨습니다.
좋은 시간 만들어주신 이현정 대표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집으로 가는 길.
방향이 같은 울매님과 걸어가는 길에 꼭 한번 함께 가보고 싶었던 테일러 커피가 눈에 띄었습니다.
"어? 여기 들어가볼까요?"
해장커피로 아이스 아인슈페너와 따뜻한 크림모카. :D
둘다 수제크림이 들어갔는데 아이스 아인슈페너에 들어간 크림이 좀더 달아요.
커피를 자주 마시지 않지만 이런 달달한 커피는 아주 잘 마셔요~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대라 여유로워서 좋고, 커피 맛도 좋아서 뿅 반했네요.
울매님하고 우리의 여행을 정리하며 이야기를 나눴어요.
계모임을 만들어서 일년에 두번 정도 정기적으로 이런 모임을 하면 어떨까?하는 의견도 나왔고요.
서촌과 연남동에서 해본 결과 둘다 정말 만족스러웠거든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에너지로 채워지는 느낌...
서울 곳곳에 이렇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 많을 것 같아요.
또 다른 도심 속 여행... 기대되네요!
1박 2일 동안 근사한 시간을 선물해준 연남동...
안녕~ 다음에 또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