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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Jul 27. 2021

내 친구 첼로와의 재회

너와의 365가지 행복의 맛 #207

오랜만에 첼로를 켰다. 2020년 2월 코로나로 임산부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회사에서 진행하던 첼로 레슨도 갑작스럽게 중단했다. 그 후 출산과 육아로 1년 5개월이란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사이 첼로 케이스에는 먼지가 켜켜이 쌓였다. 나의 보물 1호였는데,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기와 함께 있을 때 튜닝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혹시 줄이 끊어져서 아기가 다칠까, 아기가 새롭고 거대한 장난감(?)을 보고 다가와 퉁퉁 두드리고, 딛고 서려고 해서 혹시 첼로가 망가질까 조심스러웠다. 다시 첼로를 꺼낸 첫날은 튜닝을 반만 마쳤다. 그다음 날은 신랑이 쉬어서 튜닝을 하고, 스즈키 1권 책을 펼쳤다. 작은 별 등 아기에게 들려주기 좋은 동요가 담겨 있어서 오랜만에 연습 겸 아기와 놀아주기 좋았다. 육아를 하면서 첼로를 하는 일이 사치로만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지금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을 중단하고 싶지 않다. 잠시 멈추었을 뿐,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기를 돌보느라 시간이 없어서, 공간이 좁고 방음이 안돼서... 못할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아빠께서 말씀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해보라고. 조금이라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차이는 분명 있을 거라고.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아름다운 첼로 소리를 듣고 있다. 조금씩, 다시 시작해볼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아기와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는 좋은 취미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보물 1호 우리 아기, 그리고 영원한 친구가 되어줄 첼로... 언제나 함께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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