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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Aug 18. 2021

둘만의 작은 여행

너와의 365가지 행복의 맛 #229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과 마음 편하게 만나지 못하고 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고 했던가? 늘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마음이 편했던 나는 이제 혼자 시간 보내는 법을 제법 터득했다. 늘 곁에 있는 자연, 음악, 책이 벗이다. 내가 찾을 때면 언제든 곁에서  두들겨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우리 아기 빵이도 내 하루를 가득 채워준다.


요즘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다. 하늘도 높고, 맑아서 나들이 가기 딱 좋은 나날들이다.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의 날씨를 만끽하고자 조금 번거롭지만 이유식과 간식을 싸들고 서울대공원으로 향했다. 나를 위한 과일을 싸고 시장에서 줄 서서 사 먹는 꽈배기도 가방에 담았다.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 지하철을 타니 여유가 있어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에도 좋았다.


평일에는 서울대공원도 한적했다. 산책을 나오신 어르신들, 아이와 함께 나들이 나온 가족들 모습이 눈에 띄었다. 평소 타보고 싶었던 코끼리 열차를 타고 공원 한 바퀴를 돌았다. 덜컹거리는 열차에서 하늘과 나무, 호수 풍경을 바라보니 기분이 좋았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도시락도 먹었다. 아기를 위해 단호박과 당근, 감자 등을 쌌는데 자연 속에서 밥맛이 더 좋은지 빵이도 잘 먹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어서 예쁨을 많이 받았다. "아휴, 예뻐라~ 좋은 시기다!"라는 이야기를 셀 수 없이 많이 들었다. 어르신들이 보시기에는 아기가 그저 예쁘고, 아기와 함께 하는 시간이 돌이켜보면 힘들어도 행복한 시기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걸 느낀다. 배불리 먹고 유모차 안에서 잠든 빵이를 바라보니 참 예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요즘 들어 부쩍 고개를 쏙 빼고 티 없이 맑은 눈빛으로 교감하는 모습에 가슴 벅차도록 행복하다. 덕분에 참 예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 고마웠다.


휴정원이라는 넓은 정원 속 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과일을 먹고 산책을 했다. 어린이 동물원에서 양, 북극여우, 다람쥐원숭이를 구경했다. 눈앞에서 동물을 보니까 신기한지 빵이는 "우우우~"하고 소리를 냈다. 양들도 아기를 보러 몰려들어서 우리가 동물을 보는지, 동물들이 우리를 보는지 헷갈렸다. 서로를 바라보며 신기해했다.


신랑이 있으면 짐을 나누고, 아기를 같이 돌보고, 차가 있어 훨씬 편하다. 하지만 가끔 바람을 쐬고 싶을 때 이렇게 둘이서 작은 여행을 떠나도 좋은 것 같다. 나의 작고 사랑스럽고 소중한 친구와 함께라면 외롭지 않고, 즐거움이 가득하다. 물론 고생길이기도 하지만 아기에게 새로운 풍경과 경험을 선물한다는 보람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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