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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Feb 11. 2022

[육아 에세이] 당신의 아이는 (지극히) 정상입니다.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003

질질질...

마음속에서 두 목소리가 들렸다.

- 저렇게 패딩을 바닥에 끌고 다니면 옷이 남아나질 않겠네...

- 어차피 내년엔 작아져서 못 입어.. 그냥 좀 기다려봐.


요즘 지윤이는 내 말을 참 안 듣는다. 양치하는 것도 싫어하고, 바지 안 입고 도망 다니고, 패딩을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고... 무엇보다 자기주장이 생기고, 떼를 쓰기 시작하니 누워있을 때가 편하다는 말이 비로소 실감 난다.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힘들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아이가 미워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나도 큰소리로 혼을 내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렇게 훈육하는 게 맞는 걸까 속으로 고민하게 되고...


놀이방에서 나온 후 카페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지윤이 또래 아가를 만났다. 아가들끼리 얼굴을 쓰다듬고, 반가워해서 손주를 돌봐주시는 어머님과도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어머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답답했던 내 속도 좀 풀리는 기분이었다. 지윤이도 나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그립고, 필요한가 보다.


어머님께서는 자식과 손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하셨다. 자식 키울 때는 바쁘고, 힘들었는데 손주는 그저 예쁘기만 하다고... 심지어 떼쓰는 모습도 너무 귀엽다고 하셨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떼쓰는걸 어디서 배우는지 앞으로 뒤로 드러눕는 모습이 귀엽다고... 그런 시기도 자연스럽게 지나갈 거고, 자기주장이 생기는 건 아이가 건강하고,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는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아, 저 여유. 손주를 대하는 마음의 여유를 자식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식을 손주처럼 대하기 쉽지 않고(얼마나 예쁘기만 한 지 느껴보질 못했으니...), 손주를 자식처럼 교육시키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그 마음을 반반 섞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울까 봐 강제로 패딩을 뺏어 입히려고 할 때는 꼭 붙잡고 고집을 부리더니, 어느 정도 패딩을 끌고 나서는 자기가 입겠다고 손을 척척 벌려 넣었다.

- 그래, 다 지나가는구나...

육아에 정답은 없지만 스트레스받기보다 즐기는 마음을 갖는 게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강아지를 만났는데 지윤이가 너무 좋아했다. 강아지 주인분께서 친절하게도 강아지와 놀 수 있는 시간을 내주셨다. 그런데 지윤이가 자꾸 발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게 아닌가...

'뭐지?' 했는데, 생각해보니 할아버지 댁에서 키우는 진돗개인 진순이를 만났을 때 지윤이를 안고 발로 우쭈쭈 해줬던 기억이 났다.

아이가 왜 저럴까... 하고 돌아보면 다 내가 했던 행동이라고 하던데... 어른들의 말씀은 어쩜 이렇게 다 맞는 건지... 앞으로 말과 행동을 더욱 조심해야겠다.


지윤이를 매일 보고 있어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게 느껴진다. 육아의 무게감도 있지만 동시에 행복감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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