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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Apr 25. 2022

[육아 에세이]여유로운 여행길 위에서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014

여행을 통해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은 짜릿하다. 현지인에게는 너무도 익숙하고 친근해서 아무런 감흥이 없는 새들의 지저귐과 안개마저 여행객에게는 색다른 리듬으로 다가온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게 된다. 벽이 아닌 창이 낯선 여행객의 눈과 귀에는 있다.

그건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르는 순간, 신록이 가득한 수목원과 드넓은 놀이터가 된 자갈밭, 적당히 흐린 하늘 아래 파랗게 펼쳐진 바다까지... 이번 여행이 지윤이에게 어떻게 기억이 될까? 크고 나서 또렷이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지윤이의 몸과 마음 어딘가에는 제주의 바람과 냄새가 배어있을 듯하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좋은 점은 잠시나마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아이가 잠든 시간에도 늘 해야 할 일이 있고, 필요한 일을 다 마치고 나면 이미 피곤해 무언가를 할 여력이 없었다. 이번 여행은 쉬엄쉬엄 다니고 있고, 아기가 자고 나서 빨래나 청소, 요리 등 집안일이 쌓여있지도 않다. 마침 숙소에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들이 많아서 책도 마음껏 읽고,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도 재미있게 봤다. 신랑과 아기가 잠깐 낮잠에 빠져든 지금은 한라산을 바라보며 글도 끄적여보고... 이런 순간이 매번 찾아오는 것은 아니니 짧게나마 원 없이 즐기고 있다. 아 행복해.


여행이 끝난 후에도 지금 느끼는 바람, 햇살, 새들의 지저귐, 푸르른 한라산 풍경을 기억하며 여유롭고 단단한 마음으로 지내야겠다. 언제나 가족들을 위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책임을 함께 나누는 듬직한 신랑에게 감사하며... 엄마가 잠든 사이 가방 속 과자를 몰래 다 먹는 스릴을 즐길 줄 알게 되는 등 하루하루 쑥쑥 크는 꾸러기 지윤이에게도 사랑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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