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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Apr 27. 2022

[육아 에세이]몰래 먹는 게 제일 맛있어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015

요즘 지윤이는 검지 손가락 하나를 내밀며 '하나만' 또는 '한 번만'이라는 의사표현을 한다. 간식을 먹고 나서 조금 더 먹고 싶을 때 자주 하는 베이비 사인이다. 여기에 두 손을 내밀고 '주세요'라는 제스처를 더하면 그 모습이 깜찍해서 "이게 마지막이야." 하며 정말 하나라도 더 주곤 한다. 그런데 요 며칠 밥 먹기 전에 가방 안에서 과자 봉지를 발견하고 '하나만' 제스처를 하기 시작했다. 밥 먹기 전이라 안 먹는 게 가장 좋지만 "정 먹고 싶다면 딱 하나만 맛보자!" 하면서 정말 하나 주고 "끝! 이제 밥 먹을 거야."라고 했다. 쑥맛, 인절미맛이어서 신랑과 내가 맥주 안주로 몇 줌 먹기도 한 아기과자이다.


어제는 졸려서 눈을 비비면서도 낮잠을 안 자고 싶은 아기 옆에 누워 있다가 내가 먼저 잠이 들었다. 일어나 보니 가방 안에 있던 물티슈와 과자 등이 방 안에 어질러져있었다. 지금은 별로 자고 싶지 않은가 보다 싶어 몸을 일으켜 방 정리를 하는데 앗, 과자 봉지가 비어있다. 그것도 두 봉지나... 설마.. 진짜.. 아기 혼자 다 먹은 거야?? 지퍼백에 들어있는 과자로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이긴 했지만 그래도 두 봉지나...? 너무 당황스러웠다. 꼬마 범인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옆에서 놀고 있었다. 증거물을 감쪽 같이 치울 정도로 지능 범죄는 아니지만 순진무구한 얼굴로 놀고 있으니 혼내기도 뭐했다. 그저 당황스럽고, 진짜 혼자서 지퍼백을 열어서 다 먹은 건가 놀라울 밖에... 엄마가 잠든 사이 야금야금 먹으니 얼마나 스릴 넘치고 맛있었을까? 과자를 먹으면서 엄마 얼굴을 흘깃 쳐다보긴 했을까? 상상해보니 왜 이렇게 귀엽고 웃기는지 자다가도 웃음이 나왔다.

아~ 우리 집 어린이, 언제 이렇게 자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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