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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Jun 10. 2022

[육아 에세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025

이번 한 주는 지윤이의 어린이집 재 적응기였다. 열감기로 이주 동안 쉬고 나니 어린이집 이야기를 꺼내면 손을 내저으면서 가기 싫다는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준비하고, 어린이집에 가야 하니까 속상했는지 등원할 때 눈물을 보였다. 어제는 등원할 때도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하원하고 나서도 한바탕 짜증을 부렸다. 낮잠까지 자고 와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짧은 만큼 더 즐겁게 보내고 싶은데 작은 일에도 떼를 쓰니 나도 두 손 들고 울어도 내버려 뒀다.


그때 신랑이 지윤이에게 다가와서는 “괜찮아, 지윤아.”하고 토닥여줬다. 그러고선 나에게 아무래도 지윤이가 엄마, 아빠한테 삐진 것 같다고, 속상한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지윤이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다시 다가갔다.


- “아이고, 어린이집 가고 싶지 않은데, 가야 하니까 속상했지? 우리 지윤이가 적응하느라 고생이 많네~ 지윤아, 다음 달부터는 엄마가 일을 해. 회사에 가. 띠릭띠릭 키보드를 치고, 여보세요~ 전화도 하고… 엄마, 아빠는 회사에 가고, 지윤이는 어린이집에 가는 거야.”


생각해보니 지윤이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가 왜 나를 어린이집에 혼자 두고 가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엄마가 회사에서 일한다는 걸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엄마가 돈 벌러 가…?”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엄마가 지윤이 까까 사주려고…” 이것도 아닌 것 같다. 아이는 엄마가 옆에 있어 주길 원하는 것 같은데… 아직 뭐라고 설명해야 아이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저 반복해서 말해주고, ‘그래도 다행인 건, 엄마가 지윤이 가까이에 있다. 언제든지 만날 수 있어!’라는 걸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원래 지윤이는 엄마와 떨어져서도 잘 지내는데, 다시 어린이집에 적응하면서 엄마와 잠깐이라도 떨어지면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저녁에 운동을 다녀온 사이에도 눈물을 많이 보였다고 해서 괜히 다녀왔다는 자책이 들었다. 그래도 신랑은 잠깐이라도 운동을 하고 오라고 격려해줬다.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를 잘 돌볼 수 있고, 그래야 장기적으로 육아가 가능하다고, 앞으로는 일도 해야 하는데 아이가 좀 울더라도 운동은 꼭 하라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그만큼 나도 신랑 건강을 잘 챙겨줘야지…


엄마, 아빠가 번갈아가면서 뽀뽀를 무한 반복해주고, 많이 안아주고 토닥여주니 지윤이의 마음도 풀린 것 같다. 엄마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지윤이가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격려가 평소보다 더 많이 필요한 시간이라 느낀다.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믿음과 격려다. 함께 육아를 하는 신랑과 한 배를 탄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따뜻한 말과 묵직한 신뢰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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