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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Oct 24. 2022

엄마 훈련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67

"엄마, 좋아. 아빠, 좋아. 할머니, 좋아. 할아버지, 좋아. 삼촌, 좋아. 이모, 좋아. 아가(사촌동생 수인이), 좋아."


요즘 지윤이가 자기 전에 반복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다 "엄마, 안아." 하면 한 팔로는 팔 베개를 해주고, 한 팔로는 꼭 껴안아준다. 그럼 또 가족들이 좋다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다 잠든다. 엄마로서 부족한 부분도 많을 텐데 엄마를 좋아해 주니 고맙다. 그리고 지윤이가 사랑이 많은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큰 사랑을 베풀어 준 가족들에게 깊이 감사하다.


포용과 이해, 배려와 감사... 다른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필요한 가치들이다. 이런 가치들은 말로 가르칠 수도 없고, 주입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부모가 평소에 하는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 무의식적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특히나 요즘 지윤이는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을 기억하고, 따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배려하고, 나누고, 양보하면서 가족, 이웃들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이자고 신랑과 이야기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신랑에게 배울 점이 참 많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차분히 설명하는 모습이나 크고 작은 변화를 수용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 연애할 때나 결혼 초 보다 결혼해서 서로 다른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신랑의 진면목이 새롭게 보이고, 깊이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결혼과 출산, 육아의 과정에서 스스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이해하면서 상대가 나의 부족한 면을 감싸주고, 채워주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더욱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가족에 대한 마음이 깊은 것에 비해 겉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많이 서툴러서 속상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제삼자의 관점으로, 또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 이야기해주고, 챙겨주는 모습이 참 고맙다. 작은 일에도 감사해하고, 따뜻한 말로 챙겨주고, 때로는 서운하고 미안한 마음도 잘 표현하면서 둥글둥글 지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지윤이의 부모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고, 다시 다가가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과정이 나를 조금 더 키우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금 더 넓은 마음을 갖고, 나의 환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상대방은 어떤 상황과 마음일지 헤아리는 연습을 끊임없이 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부족한 나는 멈칫거리고, 되돌아볼 때가 많지만 마음을 단련하면서 생각의 평수가 조금씩 넓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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