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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Oct 22. 2022

등원 거부와 출근 전쟁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66

이번 한 주를 돌이켜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가득했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지윤이를 깨우는데 몸이 뜨끈했다. 체온을 재보니 38.9도로 고열이 나서 급하게 연차를 썼다. 화요일과 수요일은 신랑이 가정보육을 했고, 새벽에는 39.4도까지 오르던 열이 삼일 째가 되니 잡혔다.


금요일 아침에는 옷이 마음에 안 든다고, 간신히 입혀도 벗겠다며 울기를 반복했다. 출근 시간이라 마음이 급해서 양말은 주머니에 넣고, 안아서 차에 태웠는데 이번에는 카시트를 거부해서 다시 한번 멘붕이 왔다.

"엄마 출근해야 하는데 자꾸 이러면 엄마 어떡하니!!!"하고 아파트 단지가 울릴 정도로 소리치면서 주저앉았다. 절망스러웠다. 마스크 속으로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아기띠를 하고 지하철에서 버스로 갈아타면서 회사에 갔다.


- "엄마, 추워."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는데 열차가 지나가면서 바람이 쌩하고 불었다.

- "엄마, 많아."

출근 시간이라 지하철도 꽉 차고, 버스는 계단까지 사람들이 서서 갈 정도로 만차였다.

나는 방금 물을 준 화분처럼 눈에서 물이 줄줄 새고 있었는데 다행인 건지 마스크가 화분 받침대처럼 물이 새어나가지 않게 받쳐주었다. 회사 생활 10년을 하면서 한 번도 지각한 적 없었고, 워킹맘이라 그런가 보다 하는 편견을 만드는 것도 싫어서 출근은 여유 있게 하는 편이다. 그리고 아이가 떼쓴다고 양해를 구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양보할 수 없는 출근시간과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힘들어하는 아이를 어떻게든 데리고 가야 하는 책임감과 미안함이 뒤범벅된 눈물이었다.


알고 보니 지윤이는 어린이집에서 새로운 감기균이 옮아서 기침, 콧물 증상이 심해졌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옷 입는 것도, 차를 타는 것도 거부했구나... 그리고 난 출근 시간이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구나...


오전에 어린이집에 전화해서 아침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 컨디션이 괜찮은지 물었다. 선생님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를 정도로 지윤이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재밌게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이제 나만 괜찮으면 되었다. 나도 내 페이스를 찾아 마음을 회복하고, 업무에 집중했다.


힘들었지만 어쩌다 보니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었다. 먼 훗날 '엄마가 널 이렇게 키웠어.' 하며 이야기할만한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된 날. 2022년 10월 21일. 복직 후 네 번째 월급날이다. 월급을 받고도 기분도, 기운도 없었던 날. 그래도 한 주가 무사히 흘러갔음에 감사하다. 당장 코 앞의 일도 알 수 없지만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겠지. 그나저나 이런 날이 또 생기면 어쩌지? 이것도 경험이라고 이번보다 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그저 그날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수밖에... 그렇게 나에게 찾아온 첫 번째 위기를 무사히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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