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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Feb 24. 2023

엄마, 고생 많았어요!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다녀오셨어요~?"

"엄마, 고생 많았어요!"

요즘 지윤이가 나에게 하는 말들이다.


처음 지윤이 입에서 "엄마, 고생했어요!"라는 말이 나온 순간을 기억한다. 자려고 이불을 펴고, 불을 껐는데 누워있던 지윤이가 갑자기 "엄마, 고생했어요!"라고 말했다. 어이쿠야. 너무 기특해서 신랑이랑 깜짝 놀라 허허허 웃었다. 신랑이 매일 저녁 나에게 하는 말을 지윤이가 그대로 흡수했나 보다.




어제는 집 문을 열었더니 지윤이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엄마, 다녀오셨어요!"하고 배꼽인사했다. 갑자기 또 뭐야~하면서도 너무 귀여웠다. 오랜만에 송도 출장을 가다 보니 셔틀버스 탑승 위치를 잘못 알고 기다리다가 놓치고, 돌아오는 버스도 거꾸로 탔다가 돌아와서 지쳐 있었는데 문 앞에서 지윤이 덕분에 함박웃음이 났다. 어린이집 방학이라 어머니께서 서울로 올라오셔서 돌봐주고 계셨는데, 할머니한테 배웠다고 한다. 할머니랑 목욕하면서 자신이 쓰는 엉덩이 클렌져와 바디샴푸를 구분해서 알려주기도 하고, 방방 타러 가는 길을 직접 알려드리며 찾아갔다고 한다. 오 마이갓. 어머님이 와 계신 이틀 동안에도 폭풍성장한 것만 같은 딸...




중간에 영상 통화해 보면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다정하게 부르기도 하고, "엄마, 지윤이 바나나 먹고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모두 편안한 얼굴이었다. 지금보다 더 아기였을 때는 엄마 보고 싶다고 훌쩍거려서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이제는 엄마 없이도 할머니뿐만 아니라 이모할머니랑도 재미있게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저녁에 씻는데 갑자기 화장실 문을 활짝 열더니 "엄마가 갑자기 보고 싶었어. 지윤이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하거나, 손가락인형 중에 엄마를 골라와서 "지윤이 엄마 회사 가지 마요."라고 말할 때는 지윤이의 마음을 아이답고, 솔직하게 표현해 줘서 하루 중 저런 마음도 있었구나, 하고 가슴 깊이 와닿았다.




3월이면 어린이집 나비반(만 1세 반)을 졸업하고 형님반으로 진학한다. 친구들과 안녕 파티를 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어린이집 처음 갔을 때 잠깐 있다가 나와도 엄마와 떨어지는 첫 경험에 눈이 퉁퉁 부어 나오던 아기 지윤이가 생각났다. 어느새 이렇게 큰 걸까...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가,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어머님의 지원과, 함께 애쓰는 신랑이 참 고맙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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