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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May 10. 2023

코로나 막차를 타고

2023년 5월 3일(수), 육아휴직 후 같은 부서로 복직한 동료에게 모닝커피 한잔 대접하며 안부를 나누는데 평소보다 몸이 무거웠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기다리며 어깨를 들썩이거나 팔을 돌리며 몸을 풀었다. 속이 울렁거리기도 하고, 어딘지 몸이 불편했는데 두루뭉술하던 불편감은 점점 몸 구석구석에서 통증을 자아냈다. 배, 엉덩이 속근육이 쿡쿡 쑤시고, 욱신거리는 느낌이랄까. 근무하면서 가장 집중력이 떨어지는 오전 시간이었던 것 같다. 요즘 감기가 독하고, 오래간다던데 몸살이 단단히 난 줄 알았다. 으슬으슬 추워서 껴입으니 체온은 점점 올라갔다. 그룹장님께서 쉬는 것도 중요하니 오후 반차를 내고 쉬라고 하셨다. 연휴를 앞두고 있어 쌓인 일을 어느 정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두 시간 더 일하고 15시에 조기 퇴근했다. 열이 나서 똑바로 서서 힘 있게 걷기가 어려웠다.


퇴근 후 병원부터 들렀다. 38도가 넘는다며 코로나와 독감검사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코로나 확진이라는 결과를 들었다. 아, 코로나구나. 놀랍거나 하는 등 어떤 감정도 들지 않았다. 근육통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코로나로 아팠던 주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이었겠구나 정도로 받아들였다. 정신을 차리고 한 일은 회사에 알리는 것이었다. 혹시 오늘 점심과 티타임을 함께 한 부서원들 중에 추가감염은 없을지가 걱정이었고,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회사는 일주일 동안 병가 처리를 하고 쉬게 되었다. 처방받은 약을 먹었더니 곧잘 괜찮아졌는데, 밤에는 39도 정도 고열이 났다. 이틀은 38도 이상 열이 지속되었다. 근육통은 첫날이 가장 심했고, 그 이후로는 조금씩 괜찮아졌다. 그다음 찾아온 손님은 기침과 가래였다. 그래도 근육통과 고열이 가시니 조금 살만해진 느낌이었다.


가장 큰 변화는 입맛이 없다는 점이다. 무엇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 하지만 잘 회복하기 위해서 평소 먹던 양만큼 챙겨서 먹고 있다. 맛이 있든, 없든 잘 먹고 낫고 보자는 식이다. 가족들을 위해 마스크를 24시간 쓰고 있다 보니 밥 이외에 다른 건 먹지 않아서 잠깐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때 후다닥 열심히 먹는다. 양치를 한번 하면 세면대 청소를 하고, 샤워를 한번 하면 화장실을 구석구석 청소한다. 곳곳에 살균제와 손소독제를 두고 내 손이 닿는 모든 곳은 소독하며 지내고 있다.


같은 코로나도 저마다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게 기억될 것 같다. 나의 경우 우리 집 세 식구 중 현재로서는 나만 확진되었기에 추가감염이 없도록 온 신경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식구 간 거리 두기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이와는 밀착되어 가정보육 중이고, 신랑과도 마스크를 끼고 하루의 온갖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코로나로 마음 놓고 꽉 안아주거나 뽀뽀하지 못하지만, 지금으로선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주는 두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온종일 다양한 마음들이 오고 갔지만 자기 전 남은 마음의 모양은 감사뿐이다. 처음으로 아이를 대하는 게 힘이 부친다 느꼈는데, 무엇을 하려고 하든지 간에 건강과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고 얼른 나아야지. 그리고 지금 느끼고 있는 건강의 가치를 기억하며 건강을 잘 돌보면서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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