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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May 10. 2023

Just Do Nothing!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필요해

"엄마가 마스크를 못 벗으니까 지윤이가 속상해서 울었어. 으앙~!!"

코로나 확진 후 5일째 되는 날, 지윤이가 자기 전에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가 마스크를 벗지 않으니, 마스크를 벗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그래도 예전에 신랑이 혼자 코로나에 걸렸을 땐 격리 기간 동안 지윤이와 마주치지도 못했다. 그때는 내가 어린이집에 데려가고, 혼자서 케어를 다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정의 달 연휴가 겹쳤고, 신랑은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24시간 마스크를 쓰고 지윤이를 밀착 케어했다. 밥도 혼자서 먹게 하고, 나는 작은방에 들어가 얼른 먹고 나왔는데 '엄마는 왜 작은방에서 먹어~?'라는 질문을 계속했다. 엄마가 병균들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모든 상황을 100%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아이 입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이런 변화가 찾아왔으니, 당황스러울 만도 하다.


연휴를 집에서만 보내게 되었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편안하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마음을 가져본 게 언제더라~? 몸도, 마음도 편안하다는 느낌은 실로 참 오랜만이었다. 연휴 기간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일에서도 잠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었다. 복귀 후 해야 할 일은 많겠지만, 적어도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올해 초 회사의 환경과 사람에 변화가 생기면서 일은, 또 일을 해야 하는 나는 계속 가속페달만 밟아왔었다. 처음 시도하는 일도 많고,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도 컸고, 준비하면 나오는 결과들에 다시 힘을 얻어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럴수록 쉴 때는 긴장을 풀고 온전히 쉬어야 하는데, 바쁠 때는 의례 그렇듯 쉬어야 할 타이밍을 못 찾고 있었다. 회사일도, 집안일도 파도 파도 샘솟는 우물처럼 끝이 없었지만, 그 둘 사이에서 늘 부족하다는 생각에 헤맸던 것 같다.


어린이날에 신랑이 지윤이를 데리고 아쿠아리움에 다녀왔다. 두세 시간의 자유시간 동안 나는 천천히 일을 해볼까, 집안에 필요 없는 짐을 정리해 볼까 고민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밀린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내 모습이 관성이고, 습관이었다. 해야 하는 일의 무게를 줄이면 마음이 편안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신랑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지금은 회복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했다. 지금 잘 쉬지 않고 회복하지 못하면 더 힘들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었다. 일이든 육아든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게 먼저였다.


연휴 동안 가끔은 늦잠도 자고, 낮잠도 자며 아껴둔 에너지로 잠시나마 책을 읽는 등 여유시간도 가져보았다. 나는 무엇을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할까, 또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내 에너지의 원천이고, 순수한 즐거움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에너지를 잘 분배하고, 걷고, 쓰고, 읽는 일들에 시간을 내어 능동적으로 쉬는 일을 잊지 않고, 잃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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