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는 정말 바쁘게 지나가는 것 같다. 회사에서는 몰아치는 일을 헤쳐나가고, 집에서는 사랑하는 지윤이와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반년이 후다닥 지나갔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나란 녀석 참 대단한데, 그런 나를 돌보는 일은 소홀했다. 꾸준히 즐기던 운동과 글쓰기, 음악은 다 전생 이야기 같고, 이제는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조차 잘 모르겠다.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작은 변화들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운동, 글쓰기, 첼로 연주, 그리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연주회 관람 등은 본질적으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고, 그것을 위해 시간을 내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들을 통해 긴장을 풀고,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는 등 원동력 되어주었다. 그런데 요즘은 에너지를 쓰기만 하고, 재충전할 시간을 갖지 못하니 애쓰던 몸과 마음들이 심술이 난 느낌이랄까. "나 좀 살려줘~!!"하고 외치는 기분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계속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쁜 마음으로 돌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내가 행복하거나 슬픈 순간은 언제인지 잠시라도 돌아보고 좋은 순간을 선물해 주는 것. 신경 쓸게 많아 자다가도 번쩍 정신이 드는 나를 위해 하루를 잘 마무리하는 의식을 갖고, 다독여주는 것. 일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며 성장하는 순수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것들이다.
자연을 좋아한다. 푸르름이 가득한 공원이나 숲 속에서 마음이 평온해진다. 기록을 좋아한다. 짧게라도 글을 쓰며 흘러가는 시간과 감정을 돌아보고, 기억하고 싶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걷고, 글을 쓰며 운동과 글쓰기 근육을 기르며 몸과 마음을 잘 보살펴야겠다. 지금은 마침 등 뒤에서 물이 흐르고, 눈앞에는 초록잎이 살랑거리고, 흔들의자에 앉아 글을 쓰며 온전히 나와 함께하고 있다.
워킹맘의 삶은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월급이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정말 열심히 일해서 얻은 값진 보상이라는 것도 새삼 느끼고, 아직은 매 순간 나를 필요로 하지만 한편으로 가장 큰 위로와 행복을 안겨주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느낀다. 고돼서 더욱 값진 일과 육아, 그리고 나의 삶을 기록하고, 때때로 셀프 보상도 하며 계속해서 나아가야겠다. 킵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