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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May 06. 2024

출산 후 한 달을 보내고…

둘째 소윤이가 태어난 지 33일이 되었다. 매일 디데이 달력을 넘기고 있어 소윤이가 신생아를 졸업했다는 사실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출산 후 한 달이 훌쩍 지났다는 사실은 어쩐지 낯설게 느껴진다. 시간이 이렇게 빠른가 싶고, 이 정도의 시간을 두 번만 더 보내면 백일잔치를 하고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오늘에서야 간신히 글을 쓸만한 시간과 에너지가 났다. 둘째는 자고 있고, 첫째는 신랑과 함께 블록 놀이를 하러 갔다. 지난 한 달이 어땠는지 짧게라도 글로 남기고 싶었는데, 지금이구나 싶었다.


둘째를 낳기 전에는 첫째 걱정이 앞섰다. 엄마와 떨어져 잔 적이 없는데, 출산 후 입원과 산후조리원에 가있는 동안 첫째는 괜찮을까… 물론 영상통화를 할 때 엄마 보고 싶다며 입을 하마처럼 크게 벌리고 오열한 적도 있지만, 아이는 변화한 환경에 곧잘 적응했다. 할머니와 유치원 등하원을 하고, 아빠와 놀이터에 가서 놀면서 10일의 시간이 무난히 지나갔다.


오히려 그 후의 시간이 아이에게는 더 많은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한 거라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산후조리원 퇴소 후 집에 와서 둘째는 내가, 첫째는 신랑이 맡아서 돌보고 있다. 첫째는 아기를 귀여워하면서도 엄마를 빼앗겼다는 알 수 없는 기분에 수유할 때 쿠션을 마구 흔들기도 하고, 자기를 먼저 안아달라며 눈물, 콧물을 동시에 흘리며 울기도 했다. 이제는 수유쿠션과 기저귀를 가져다주는 등 적극 협조해주고 있다. 변화한 환경에 가족 모두가 조금씩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


예전에는 무조건 엄마를 먼저 찾았는데, 이제는 밖에 나가서 놀이하는 건 아빠와 하겠다고 신랑을 선택한다. 무언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엄마보다 아빠에게 위로받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며 내 마음도 조금 이상했다. 그렇다고 서운해하기에는 내가 준 서운함이 몇백 배는 더 큰 것 같다. 오히려 아빠를 잘 따르고, 아빠에게 애착이 옮겨간 게 다행이었다. 내가 두 명을 동시에 케어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 눈높이에 맞춰 살뜰히 돌봐주는 신랑이 참 고마울 뿐.

 

자기 전에 첫째에게 책을 읽고 꼭 안아주는 일상의 루틴은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순간은 너무 짧아 아쉽기만 한데, 어느 날 첫째 눈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자니 울컥 눈물이 났다. 너무 오랜만에 아이와 진하게 눈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 많이 안아주고, 알아주어야 하는데 첫째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둘째인 나는 늘 언니가 받는 사랑이 더 크다고 질투했는데, 첫째가 온전히 사랑받을 시간은 너무도 짧았겠거니 싶다.


돌아보면 신생아를 다시 키우는 어려움보다는 첫째와 함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 훨씬 더 어렵고 크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애 둘, 셋을 도대체 어떻게 키우나 하는 막막함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는 시간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쉽지만은 않겠지만 이런 시간이 돌아보면 너무나 짧고,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매 순간 소중히 여기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신랑에게 고맙다, 애쓴다 자주 표현하며 위해주고, 첫째에게는 조금 더 인내하고 부드럽게 대하면서 든든한 내 편으로 만들어서 함께 해나가야겠다. 회사생활과 육아로 정신없이 바쁘면서도 내가 쉴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는 신랑에게 감사를, 어느새 언니가 되어 기다림과 인내를 배우는 첫째에게 사랑을, 하루하루 자라느라 애쓰는 둘째에게 격려를… 그리고 누구보다 나 자신을 꼭 끌어안아주며 지금의 시간을 잘 건너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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