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초복인데 백숙 사갈까?
- 내가 끓였어. 기다리고 있으니까 얼른 와~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요리사인 남편과 5년 가까이 함께 살면서 요리를 대충 할 수 있게 되었다.
국은, 물에 재료 넣고 끓이면 되는 것.
백숙도 닭과 약재 좀 넣고 끓이면 되는 것.
신랑이 요리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단순하고, 쉽게 요리를 대하게 되었다.
재료를 다듬고, 퐁당퐁당 물에 빠뜨려, 보글보글 백숙을 끓이면서 더웠지만
가족들이 올여름을 건강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을 가득 담았다.
닭다리 하나는 신랑, 또 다른 하나는 큰 딸,
내 그릇엔 퍼벅살을 담는 걸 보니 주부가 다 되었다고 새삼 느낀다.
(요즘 새삼 주부, 아줌마, 엄마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글쓰기도 그랬으면 좋겠다.
비장한 무언가가 아니라
마음을 담아내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퐁당퐁당 무심히 써나갈 수 있기를.
거 봐, 대충 쓰려고 하니까 여기까지 썼잖아. 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