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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Aug 23. 2024

”둘째 낳길 정말 잘했다.“ 싶은 순간이 있었어?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고, 둘째를 출산한 친구 S와 오랜만에 만났다. 많은 시간들을 거쳐, 보고 싶은 마음 하나로 여러 장애물을 뛰어넘고 가진 역사적인 만남이라 더없이 기쁘고 반가웠다.


4개월 아가들과 함께 만나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이야기는 중간에 끊기기 일쑤였지만 비슷한 상황이기에 한 마디 말 속에서도 그 마음을 다 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S와 헤어진 후에도 내 머릿속을 맴돌던 질문을 간단히 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 ”둘째 낳길 정말 잘했다.“ 싶은 순간이 있었어?


아이가 나에게 찾아오고, 태어나서,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고, 신기하고, 감사하다. 그건 둘째 때도 마찬가지.


아이들 입장에서도 혼자일 때 독차지하던 사랑과 관심을 나눠야 하지만 평생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거라 생각하고 가족 안에서 양보와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우는 게 큰 배움이고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지 못하게 내 마음에도 변화가 있었다. 위로 언니, 밑으로 남동생이 있는 둘째로 자라면서 늘 사랑받고,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둘째라서 부모님의 사랑이 결코 덜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오히려 언니가 동생들이 태어나면서 부모님께 느꼈을 상실감이나, 양보해야 하는 상황들 속에서 고생이 많았겠구나 느꼈다.


같은 뱃속에서 태어났는데 어쩜 이렇게 다를까 싶었던 언니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 것. 두 자매의 엄마의 관점을 갖게 되니 때때로 언니에게 느끼던 질투의 마음은 작아지고, 이해의 마음이 더 커진 게 나에게는 큰 배움이었다.


- 아이 둘을 키우면서 눈물 나던 순간이 있었어?

경력직 엄마인 만큼 둘째 육아는 좀더 수월하게 느껴졌는데 둘을 키우는 건 또 처음이라 달라진 환경 속에서 첫째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가 늘 고민이고 신경이 쓰였다.


어느 날 첫째를 재우려고 옆에 누웠는데, 이렇게 지긋이 눈을 바라보는게 그 날 처음이었던 것 같아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동생이 태어난 환경에 적응하는 첫째에게 서툰 모습이 많았는데, 아이가 나를 이해해주고 고생을 알아주는게 너무 신기하고 고마웠다.


백일 정도 지나니 첫째도 동생이 있는 환경에 많이 적응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5살답게 떼쓸 때도 있지만 큰 아이는 가장 가까이에서 나와 함께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S와 차분히 대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지만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는 것 자체가 좋고 감사한 그런 만남이었다. 여운처럼 계속 머리를 맴돌던 질문과 대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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