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주는 사랑의 기쁨

by 이수댁

- ’엄마 경력이 회사생활에는 어떻게 도움이 될까?’

복직을 앞두고 마음속에 떠오른 질문이다.


신랑은 ’인내심’을 뽑았다.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인내심이 더 강해지지 않았을까?


나는 ‘강인함‘을 뽑았다.

모성애는 힘이 세다. 엄마니까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최근 건강검진을 할 때 채혈, 수면 위내시경 등 두려움이 생기더라도 ‘출산도 했는데 이 정도도 못해?‘라는 오기도 있고, 두려움 앞에 좀 더 의연해졌다.


스스로 ’와, 나 진짜 대단하다!’ 싶은 순간도 있다.

어젯밤부터 배가 아프다는 지윤이를 아침에 병원으로 데려가야 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내리는데, 택시가 잘 안 잡히는 시간대라 마을버스를 타고 병원에 갔다.


앞으로는 소윤이를 아기띠에 매고, 뒤로는 기저귀 가방을 메었다. 한 손으로 큰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지윤이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잡아줬다. 그 와중에 소윤이도 우산을 챙겨가고 싶어 해서 아기띠 줄에 아기 우산이 하나 더 걸렸다.


병원에서 큰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지윤이가 유치원에 가고 싶어 해서 걸어서 유치원에 데려다줬다.


유치원이 보이자 지윤이가 말했다.

- “아, 유치원 버스 안 타니까 좋다.”

내가 물었다.

- “왜? “

- ”왜냐면 유치원도 천천히 갈 수 있고, 엄마랑 시간도 더 보낼 수 있잖아. “

유치원 차 타고 등원하는 것에 비해 몇 배 더 높은 난도로 아침을 보냈고, 속으로는 극기훈련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의 해맑은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 “하하, 엄마도 지윤이랑 시간 더 많이 보내니까 좋아.” (그런데 소윤이 안고 있어서 허리도 아프고, 힘들어… 케켁)


비가 많이 내리는 날 10kg 남짓 한 짐을 지고 이 정도 걸으라고 한다면 못했을 것 같다. 그런데 아이를 안고서는 그게 가능하다.


내 몸이 힘든 상황에서 억지로는 못 웃었을 테다. 그런데 아이의 맑은 모습을 보면 극한 상황 속에서도 마음의 빗장이 열리며 하하 웃게 된다.

다시 연애하는 느낌이 든다. 평생 사랑할 사람이 곁에 있어 감사하다.


양육을 하면서 주는 사랑의 기쁨을 조금씩 배우게 된다. 육아만큼 매일매일이 다채롭고, 해마다 변화를 크게 느낄 일이 또 있을까. 급변하는 시대에 AI에 대체되는 속도가 가장 느린 일 중 하나가 아이를 키우는 일은 아닐까…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둘째 낳길 정말 잘했다.“ 싶은 순간이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