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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기쁨

by 이수댁

요즘 소윤이는 유아차를 타는 것보다 엄마손 잡고 걷는 걸 더 좋아한다. 분홍색 슬리퍼에 꽂혔는지, 계속 벗겨져서 불편할 텐데도 그 신발을 고집한다.


아이와 손을 잡고 느리게 걷는 건 사물을 깊이 관찰하고, 렌즈에 담는 사진사의 마음과 같다. 지나가는 개미, 나뭇가지를 물고 가는 새,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람개비 등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풍경들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게 된다.


가장 좋은 건 사람들의 미소다. 아이가 마을버스를 향해 “안녕~”하고 손을 흔들면 기사님도 미소 지으며 화답해 주신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아이가 예쁘다며 잠시 멈춰 서서 모르는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더 빠른 지름길로, 사람들을 피해 걸어 다녔던 나였는데 유유히 거리를 거닐며 지나가는 사람들, 동식물들, 버스나 지하철, 비행기 같은 사물들에도 인사를 하는 엄마가 되었다.


풀을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며 세상을 탐구하는 아이와 함께 느리게 걷는다. 눈과 마음에 담는 지금의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음미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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