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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동지, 동네친구는 사랑이지요

by 이수댁

무더운 여름, 더위를 피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아이는 밖에 나가고 싶은지 신발장에서 가족들의 신발을 신어보며 놀다가 문고리를 잡아 내렸다. “소윤아, 밖에 나가고 싶어?” 물어보며 나갈 채비를 하니 “오오, 오오!” 원시인처럼 소리를 내면서 좋아했다.


구에서 운영하는 물놀이장에 첫 손님으로 도착했다. 날씨가 덥긴 하지만 찰랑거리는 물 위로 물바가지가 쏟아지니 제법 시원했다. ‘오길 잘했구나!‘ 싶었는데, 비슷한 또래 아이가 엄마에게 안겨 등장했다. 발만 담그려고 왔다고 하는 엄마의 얼굴이 꽤 익숙했다. 아이들은 5개월 차이가 났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첫째 아이도 나이가 같았다.


이웃에 사는 둘째 친구들은 어린이집에 가서 낮에 또래를 만나는 게 쉽지 않아 반가운 마음이 컸다. 아이들과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헤어지기 전 인사를 나누다 번쩍 생각이 났다. “혹시… 우주 엄마?!”


작년에 지윤이를 동네 어린이집에 보내다 일주일 만에 유치원으로 기관을 옮겼는데, 그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 엄마였다. 어쩐지, 엄마 얼굴이 너무 익숙하다 싶더니… 그런데 언제 둘째를 낳으신 걸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시절 나는 만삭이었고, 우주 엄마는 입덧을 했다고 한다. 맑은 이미지에 미소가 예쁘신 엄마인데, 오랜만에 만나기도 했고, 둘째를 임신한 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알아채기 어려웠다. 연락처를 주고받은 후 앞으로 종종 물놀이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반가운 인연이었다.


육아를 하면서 비슷한 시기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를 만나면 반갑다. 모르는 사이지만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게 된다. 그러다 아이들끼리 친해지거나, 엄마들의 마음이 잘 맞으면 육아동지로 관계가 발전한다.


한 동네에서 첫째, 둘째를 키우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같이 만나서 놀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이웃들이 생겼다. 이사를 앞두고 있으니 그 인연들과 헤어지는 게 가장 아쉽다. 그럴수록 지금의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며,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육아동지, 동네친구는 사랑이니까. 오늘도 귀한 인연들과 함께하며 즐거운 육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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