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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

by 이수댁

2025년 8월 27일 수요일 새벽 2시 즈음…

엄마네 집 거실에서 아이들과 자고 있는데 엄마께서 다급히 날 깨우셨다.


- “지영아, 일어나 봐. 고모가 지금 뇌사 상태래. 병원 다녀올 테니까 아침에 애들이랑 밥 잘 챙겨 먹어. “


아빠, 엄마가 분주히 준비하고 나가시는 동안 무슨 상황인지 재차 물었다. 고모는 이미 심정지가 왔다고…

잠든 아이들과 덩그러니 남겨지고, 잠이 오지 않았다. 원래 서울에 올라가려던 날이어서 기차표를 변경하고, 아침에 오기를 기다렸다.


새벽 6시 즈음 부모님께서 돌아오시고, 방에 가보니 아빠도 충격으로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고모가 신장이 안 좋아서 몇 번 쓰러진 적은 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에 돌아가실 줄는 아무도 몰랐기에… 이게 무슨 일이가 싶으면서도 밤새 잠을 못 주무신 부모님이 조금이나마 눈을 붙일 수 있도록 부엌으로 나와 아이들의 아침을 준비했다.


고모는 아가씨 시절에 짧은 미니 스커트와 부츠를 신고 다니는 멋쟁이 었다. 젊은 시절, 내가 다 알지 못하는 어떤 사건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마음의 병을 얻고 약을 복용하며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결혼, 출산, 아이들의 백일, 돌 등 기념일 때마다 용돈과 함께 안부를 전하는 착하고 고마운 사람이다. 종종 영상통화나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잘 사는지 안부를 물어오는 그런 전화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모에게 감사의 선물이라도 전달하고, 내가 먼저 안부 전화를 해보지 못한 게 참 미안하다. 고모는 그렇게 조카들을 챙기고, 우리 아이들까지 예뻐해 줬는데 받기만 하고, 베풀지 못해서 참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할머니께서는 장례식 첫날 큰고모와 함께 집에 계셨다. 장례 둘째 날 오셨다고 하는데, 그날 난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오느라 직접 뵙지 못했다. 내가 할머니께 전화를 드려서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전화를 드렸다. 못 받으실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걸었는데, 할머니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 “할머니~ 많이 놀라셨죠…?”

- “놀란 것보단,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래도 걔 입장에서는 그게 더 나을지도 몰라. 아파서 고생 참 많이 했어. 착한 애라 저승에서도 문 활짝 열고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얘기해 줄 거야. 너희들도 몸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아침은 드셨냐고 물으니 배가 고파서 아침은 먹었다며, 무덤덤하게 말씀하시는 할머니를 보고 그래도 다행이다 안심이 되면서도 마음은 더 서글펐다.

우리 할머니니까 이렇게 말씀하시고, 전화를 받아주시는 것 같아서.


고모는 하루에도 한두 번씩 할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드리고, 사오일에 한번 집에 들렀다고 하는데 할머니에게 고모의 빈자리가 얼마나 클까. 할머니께서 삶의 에너지를 다 잃을까 봐 너무 걱정스러웠는데, 조금 더 신경 써서 안부 전화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서울로 돌아와 아이들과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불현듯 눈물이 나기도 하고, 어떻게든 마음을 한번 정리하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쓴다. 고모가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고운 모습으로 편안하게 지내길 기도한다.


고모… 끝까지 장례식장 지키지 못해 미안하고, 부디 행복하게 잘 지내길 진심으로 바랄게. 안녕…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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