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에게 진짜 센 독감이 찾아왔다

by 이수댁

둘째에게 진짜 센 독감이 찾아왔다. 콧물은 폭탄을 맞은 듯 돌아서면 흘러내리고, 기침 가래소리가 깊었다. 새벽에는 39.7도 고열이 났다. 아이는 축 쳐지고, 오전 10시 반이 되도록 잠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체온을 재어보니 36.1도…. 해열제를 먹고 혹시 저체온증으로 가는 건 아닌지 불안감이 밀려왔다. 독감주사를 맞으면 열도 빨리 잡히고,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액을 맞히기로 결심하고 아이를 깨웠다.


탱글탱글하던 아기 피부가 수분을 잃고 칙칙해지고,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몸이 아프고 힘드니까 작은 일에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힘이 하나도 없는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찢어진다는 게 어떤 건지 느껴보았다. 조금 회복하는 것 같다가도 다시 열이 오르고… 뜻대로 되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여였다.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내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감사하게도 건강하게 자라주어서 수액주사를 맞은 경험이 없었다. 더군다나 송도에서는 동네 소아과도 수액을 맞을 수 있는 큰 병원도 모두 다 처음이었다. 동네 소아과에서는 5살 이상의 아이들만 수액 주사를 놓을 수 있다고 해서 큰 병원을 찾아갔다. 주사실에서는 수많은 아이들이 두려움과 공포에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었다.


우리 둘째는 수액을 맞는 건 처음이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고 가만히 있다가 다 맞고 나서 엉엉 울었다. 아이들의 경우엔 주삿바늘이 움직이는 걸 막기 위해 손목보호대로 고정을 시켜주었다. 처음에 의사 선생님께 어제저녁에 처음 독감 약을 먹었고, 수액주사를 맞히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고 했는데, 두 시간이 지나도 수액이 반 정도 남아있었다. 속도가 너무 느려서 중간에 간호사 선생님께 여쭤보다가 해당 주사는 비타민 주사(포도당)이고, 독감주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독감약을 먹고 있다고 하니 비타민 주사만 처방해 주셨고, 간호사 선생님께서는 독감약을 한번 먹어도 요청하면 독감주사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아이가 독감약 먹는 것을 힘들어하고, 이미 주삿바늘이 연결되어 있으니 독감주사를 추가해 달라고 요청드렸다. 30분이 추가되어서 1시부터 4시 반까지 3시간 반 동안 수액주사를 맞았다.



주사를 맞는 동안 좋아하는 사과칩과 우유 간식을 주고, 책을 읽어주고, 병원 산책을 다니고, 낮잠을 재우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프면서 어리광이 늘기도 하고, 실제로 많이 힘들어해서 힙시트를 하고 안아준 시간도 많았다. 심지어 낮잠 잘 때도 침대에 눕히니 몸에 발작을 일으키며 깜짝 놀라는 순간이 있어서 품에 안아서 재웠다. 처음 하는 모든 일에 긴장감도 있었는데, 하루 종일 캥거루처럼 아이를 안고 있으니 허리가 아파왔다. 그래도 수액주사를 맞고 컨디션을 좀 회복한 게 눈에 보였다. 힘들었지만 아이가 생기를 찾은 모습을 보니 안도감이 밀려왔다.


조금 나아진 둘째를 안고 첫째 어린이집을 하원해서 미술학원에 데려다주었다. 송도의 저녁바람은 ‘송베리아(송도+시베리아)‘를 실감 나게 하듯 차갑고, 매서웠다. 둘째와 근처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 빵집에 앉아서 첫째를 기다렸다. 미술학원에 다시 도착해서 기다리는데 “안녕하세요~” 높은 톤의 인사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ses 유진 언니였다. ‘아, 송도에 살고 계신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같은 미술학원에 다니는구나!‘ 놀랍고, 반가웠지만 두 아이의 엄마로 온 언니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로린아~ 얼른 마무리하고 가자. 언니 저녁 먹고 학원 가야 해!” 모자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다정하고 밝은 엄마의 모습이었다. 초등학생 때 라디오에 핑클과 ses 노래 테이프를 넣고 춤대결을 하면서 자랐는데(그 당시 핑클의 옥주현을 맡았다.), 이렇게 두 딸의 엄마가 되어 마주치다니… 나와 마찬가지로 두 딸의 엄마인 유진 언니가 대단한 육아 선배이자 워킹맘으로 보였다. 집으로 가는 길에 지윤이에게 이야기했다. “지윤아, 아까 마주친 엄마는 엄마가 어릴 때 정말 좋아하던 언니야.” 그리고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언니도 저처럼 육아를 하면서 힘든 순간도 있었겠죠…? 그래도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지내줘서 고마워요.‘ 좋아하던 사람이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좋은 모습으로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긴 하루였지만 ses 노래를 흥얼거리며 저녁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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