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휴… 그렇게도 걱정하던 눈이 내렸네. 여태 눈 다운 눈이 안 오더니…”
새벽부터 걱정 가득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 “그러게~ 걱정해도 아무 소용없잖아.”
그러니 걱정 말라고 했지만,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우리도 막내 결혼식을 앞두고 첫째와 둘째가 순차적으로 독감에 걸렸다. 하나뿐인 동생 결혼식이기에 독감에 걸리더라도 어떻게든 갔겠지만, 우리까지 아프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나 신랑이 아픈 아이들 가정보육을 하면서 전염되지 않도록 종일 마스크를 쓰고, 식사도 아이들 옆에 서서 따로 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결혼이 끝나고 긴장이 풀릴 때 부모님께서 편찮으시면 안 되니까 결혼식 전날 근처 호텔에서 자야 하나 알아보다가, 아이들 컨디션이 괜찮아서 결국 부모님 댁에서 잤다.
시댁 식구들도 익산에서 대전으로 이동하는데 눈길 조심히 이동하셔야 한다는 걱정도 들었다.
나에게는 시댁 식구들 두 집인데, 이번 결혼식을 위해 먼 길 이동하는 사람들이 부모님 마음속에는 얼마나 많았을까… 특히나 주인공인 신랑, 신부가 새벽에 청담동에서 헤어, 메이크업을 하고 이동할 때 혹시라도 사고가 있을까 봐 노심초사하셨다.
우리 집에서 개혼을 하고 지금까지 언니, 동생 결혼식 준비 과정을 지켜보면서, 큰 일을 앞둔 부모님을 보니 어떻게 셋을 낳아서 기르셨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특히나 엄마께서 37살에 막내를 낳아서 기르셨다는 사실이 올해 37살이 되어 곱씹어보니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걸 느꼈다. 첫째는 7살, 둘째는 5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상태에서 셋째를 낳는 상황이고, 그 당시에는 더 일찍 아이를 낳아 길렀으니 늦은 나이에 출산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엄마가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할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이 컸을 것 같다.
그럼에도 엄마는 셋째, 특히 아들에 대한 의지가 있었고,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눈에는 평생 아이 같아 보이는 자식들을 평생 마음 쓰면서 사시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 뱃속에서 낳아도 제각각이라 각자 속 썩이는 포인트가 다르겠지만, 그럴 때마다 왜 자식을 낳아서 길러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혼자서 많이 했던 것 같다.
결혼식 당일, 그렇게도 걱정하던 영재는 사고 없이,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부모님께서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안도하고, 기뻐하셨다. 그리고 처음으로 푸른색 한복을 입은 우리 엄마는 헤어/메이크업, 네일아트, 한복까지 찰떡궁합처럼 잘 어울려 빛이 났다.
‘우리 엄마, 파란색 한복도 잘 어울리네…‘
여태 분홍 계열 한복 입는 모습만 보다가 푸른 계열 한복을 입으신 모습을 보니 새롭게 느껴졌다. 자식은 사랑하기 위해서 내 곁에 와준 존재라는 걸… 고생스럽기에 그만큼 귀한 존재라던 엄마의 평소 말씀이 마음속에 맴돌았다. 우리 부모님… 그토록 소중한 존재들을 이렇게 키워서 시집, 장가보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결혼식 날 눈이 내리면 잘 산다는 미신이 있다. 소복소복 쌓이는 눈은 풍년을 의미해서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자녀를 많이 두어 다복하게 산다는 믿음으로 이어져 왔다. 또한, 부부가 인생의 첫 시작부터 눈을 함께 맞이하고 극복했으니 앞으로의 어떤 시련도 잘 이겨낼 것이라는 정서적 격려도 담겨 있다. 조상들의 지혜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도 긍정적으로 이겨내는 힘을 준다. 동생 부부가 행복하게 잘 살기를 축복한다. 새로운 식구를 맞이한 입장에서도 눈처럼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함께 눈길을 걸어가듯 조심조심, 한발 한발 내딛으며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