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댁 Mar 18. 2018

화창한 봄날처럼 환하게 웃어보아요~!

포스코사진봉사단 3월 이야기

봄비가 내린 후 맑은 하늘의 토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지난 달 사전교육을 마친 후 사진 봉사단 활동을 처음 시작하는 날이예요! 화창한 날씨만큼 활기찬 마음으로 봉사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이번 달에는 서울특별시립비전트레이닝센터에서 증명사진 찍어드리는 활동을 진행했어요. 이 기관은 노숙인 재활쉼터라고 법으로 규정되는 곳으로, 알코올중독이나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는 노숙인의 재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곳인데다가 막다른 골목에 위치해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우리 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계층이 얼마나 다양한지, 또한 평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조용히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갖가지 사연으로 인생의 고난을 겪으셨지만, 이제는 건강을 회복하고 삶의 의미를 되찾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분들이 많다고 해요. 일자리를 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증명사진을 찍어드리게 되었습니다.


옷장 속에 잠들어있는 정장을 기증받아 공유하는 비영리단체인 열린옷장에서 정장을 빌려 상의를 말끔하게 차려 입으시고 한분씩 등장하셨어요. 사진을 찍기 위해 의자에 앉으시면 옷매무새와 머리모양이 깔끔하게 정돈되었는지 봐드리고, 한껏 긴장한 표정을 풀어드렸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앉으면 고개가 들려져있고, 표정은 딱딱하게 굳습니다. 바른 자세를 유도하고, 자연스럽게 본인 고유의 편안한 표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제 역할이었어요.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아이들한테 하는 것처럼 "까꿍~" 할 수도 없고... "웃으세요~!"해도 꿈쩍도 안하시고...


조금씩 제가 터득한 방법은 칭찬 많이 해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어머~ 배우 OO 닮으셨네요.", "오~ 멋지신데요! 지금처럼 웃으시면 되요!"라고 칭찬을 해드리면 쑥스러워서 웃으시더라고요. 그럼 사진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닮을 수 있어서 저까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조금 어색했어요.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질환으로 인해 뜻하지 않게 역정을 내시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해드리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혹시나 실수를 하지 않을까 살짝 얼어있었던거죠.


역시나 먼저 해보셨던 선배님들께서는 자연스럽게 머리도 다듬어주시고, 넥타이도 고쳐 메주시고, 입모양을 풀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도와주시더라고요. 저도 조금씩 따라하다 보니까 긴장한 마음이 풀렸습니다. 실제로 하나같이 저희 봉사단에 마음을 열어주시고, 부드럽게 대해주시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기뻤던 건 카메라 렌즈 옆에 서서 한분 한분과 눈을 맞추며 미소를 나누니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진 기분이었어요. 처음에 낯가리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진거죠.


오랜만에 멋지게 차려입고 찍은 사진 속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시기도 하겠지만, 원래의 그 멋진 모습을 기억하며 다시 사회에서 자기만의 역할을 찾으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진 봉사를 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 덕분에 많이 웃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앞으로도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보람찬 봉사활동 할 수 있기를요!


* 사진 봉사단 활동사진을 멋지게 담아주신 바라봄 사진관 나종민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베트남에서 들려온 반가운 소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