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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Apr 01. 2018

파릇파릇한 우리는 포스코 매직예술봉사단

포스코 매직예술봉사단 첫 공연 이야기

파릇파릇한 우리는 포스코 매직예술봉사단


3월의 마지막 날, 특별한 날에 예쁘게 코디하라고 선물 받은 가방을 처음으로 맸다.



도대체 어떤 날이길래...?
바로, 포스코 매직예술봉사단이 첫 공연을 선보이는 날이었다!

포스코 매직예술봉사단은 크게 마술파트와 음악파트로 이루어져있다. 그중 음악파트는 바이올린&첼로, 클래식기타, 밴드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직원분들이 함께하고 있다.

작년에 처음 만들어져서 봄꽃처럼 이제 막 싹을 틔우는 파릇파릇한 봉사단이다.
첫 공연은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대한연세요양원에서 마술파트와 앙상블 파트의 합동 공연으로 진행되었다.



봉사 전 안내 받기를 최근 환절기를 겪으면서 어르신들의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15~20분 정도 참석하실 예정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치매, 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환을 앓고 계셔서 집중력이 높지 않고,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다.

반응이 어떨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건 ‘소통’이었다.
‘우리 봉사단의 첫 공연이다보니 실력이 많이 부족하지만, 어르신들 생각하면서 열심히 준비했어요.’라는 마음을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어르신들도 누군가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에 기뻐하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드디어 공연 시작!


리허설을 마치자 어르신들께서 한 분, 두 분 들어오셨다. 거동이 불편하셔서 휠체어를 타시거나, 보행 보조기에 의지해서 복지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이동하셨다.

- “안녕하세요~!”
이렇게 와주시니 어찌나 반갑고, 감사한지... 인사를 나누며 이동을 도와드리니 수줍게 웃으셨다.

내가 그렇듯 할머니들께서도 우리를 반가워하셨다. “고마워~!”, “이뻐~~”라고 웃으면서 말씀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봉사활동을 할때 하얀 머리를 가지신 할머니를 나는 ‘백설공주 할머니’라고 부른다. 80대, 또는 그 이상의 백설공주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거주하시는 요양원 공연장에서 트로트를 틀어놓고 함께 박수를 치니 분위기가 조금씩 달아올랐다.



먼저 마술파트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준비한 반짝이 의상과, 다양한 소품들이 시선을 끌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진행되니 어르신들께서 신기해하시며 재밌게 봐주셨다.

뒷편에서 구경하던 앙상블 파트 단원들도 “우와, 신기하다~”라고 감탄하며 힘차게 박수칠 정도로 멋진 공연을 보여주셨다.

연습이 쉽지 않으셨겠지만 어르신들이 공연을 보며 웃고, 박수를 치실 때마다 보람이 느껴질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건 정말이지 소중한 재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우리 차례가 다가왔다.
무대 뒤 대기실로 이동해서 튜닝을 하는데 마술공연을 하는 사이에 맞춰둔 음이 달라져있었다.
악기가 습도, 온도에 민감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하며 음을 맞추는데, “퉁”하고 팀장님 첼로의 A현이 끊어졌다.

시작하기 직전이라 다들 당황했지만, 이것 때문에 긴장하지 말자고 서로의 마음을 다잡으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우리가 준비한 곡은 ‘에델바이스’, 영화 여인의 향기 ost ‘포르 우나 카베사(Por Una Cabeza)’, ‘비목’ 그리고 이애란의 ‘백세인생’이었다.



인사를 하면서 재능봉사단 첫 공연이라 많이 부족하겠지만 아들, 손주처럼 귀엽게 봐주시고, 박수도 많~이 쳐달라고 말씀드렸다.


에델바이스와 비목은 어르신들께 익숙한 곡이어서 흥얼흥얼 허밍으로 따라하시고, 끝난 후에는 박수를 쳐주셨다.

- “우와~ 박수 쳐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진심으로 신나서 말씀드리고, “백세인생 노래도 같이 해주실거죠?”라고 호응을 이끌며 마지막 곡을 연주했다.

매직파트 봉사단 분들도 할머니, 할아버지 옆에서 흥을 북돋아드렸고,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여주시는게 너무 기쁘고 신나서 즐거운 마음으로 연주했다.

‘아하, 이런 기분이구나!’ 
재능봉사단으로 무대에 선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처음 느껴본 순간이었다.

즐거워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덩달아 신난 마음이 긴장감을 이겼고, 실수도 있었지만 무대를 즐기는 순간이 행복하고 보람찼다.

돌이켜보면 리허설을 할 때가 더 떨렸던 것 같다. 그때 느낀 건 연습의 중요성이었다. 긴장되더라도 연습을 해서 이미 익숙한 손가락의 움직임이 오히려 나를 바로 잡아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쉬웠던 점은 팀장님 첼로 줄이 끊어져서 완전하게 연주하실 수 없었다는 점이다. 점심, 저녁시간 짬짬이 연습하시느라 고생 많으셨는데, 팀장님께서는 아쉬운 마음이 더 크셨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비상시에 대비해 여유 줄을 사두고, 줄 갈아 끼우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서 배웠다.


재능봉사단 활동을 통해 얻은 것들


재능봉사단 활동을 준비하면서 바이올린과 맞춰서 연주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같은 곡도 혼자서 연주하는 것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건 또 다른 경험이다. 그렇게 선배님들과 함께 밥 먹고, 연습하면서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더불어 여전히 부족한 실력이지만 연습을 통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최소한 그렇게 믿으며 연습했다.^^)

그리고 그 어느 봉사활동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했기에, 재능과 노력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스스로 음악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재능봉사단 활동에 대한 열정은 컸다. 그 어떤 재능도 노력 없이 발휘되지 않는다. 우리는 살면서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고, 재능이 있어도 성실함 없이는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 어떤 일을 할때 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면 그것을 이기는 것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월의 마지막 날, 어르신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10개월 전, 내가 첼로를 다시 시작하기 전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시간을 가능하게 한 우리 봉사단원 분들께도 감사한 마음이 컸다. 함께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르신들께서 우리와 함께한 시간을 통해 기운 가득 얻으시고, 다가온 4월도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쳐야겠다.

포스코 매직예술봉사단 다함께!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한 앙상블 파트 선배님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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