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으로 배부른 시간

최인아책방 콘서트 5-2, 세 남자의 우정으로 쌓은 하모니

by 이수댁

굳세어라, 안지영!

대차다 : 곧고 꿋꿋하며 힘차다.

지금의 내 모습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고,

그렇지만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모습이다.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겨야 할 것과 힘주어 이야기 할 때를 가리는 것.

그리고 꼭 필요한 순간을 위해 아까운 눈물은 아껴두는 것.


그러려면 마음을 조금 더 넉넉하게 갖고, 여유있게 상황을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호른처럼.


호른 같은 사람

송영민 피아니스트와 함께 하는 최인아책방 콘서트 5-2는 '세 남자의 우정으로 쌓은 하모니'를 주제로 김홍박 호르니스트, 이훈 피아니스트, 임홍균 바이올리니스트가 함께했다.


최인아책방 콘서트에 가면 최인아 대표님께서 늘 말씀하시듯이, 책방은 나무로 된 바닥과 높은 천장, 책으로 가득찬 서재로 둘러싸여 있으며 울림이 참 좋다.


콘서트 시작 시간에 맞춰 간신히 도착한 나는 맨 뒷자리에 앉아서 연주자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호른 소리의 울림은 맨 뒷좌석의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아직 클래식 음악 세계의 초보자인 나에게 호른은 호른이요, 그 이상 알지 못했다.

그런데 처음 호른이 주인공인 연주(글리에르 로망스 op.35)를 들었을 때 특유의 음색에 "어휴, 좋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중저음의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하면 첼로를 가장 먼저 떠올렸는데, 호른 역시 넉넉하고 따뜻하고 어딘지 모르게 푸근하게 다가왔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었다.


몰라서 그랬지, 호른의 매력을 알았더라면 진작에 좋아했을 악기였다.

그리고 호른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호른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품이 넉넉한 사람이 떠오른다.

품이 넉넉하다는 건 키나 체격으로만 알 수 있는 건 아니고, 마음의 크기가 넉넉한 사람이 아닐까?


호른의 생김새만 보고 어떤 소리를 내고, 또 그 소리가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알 수 없었듯이 사람도 겉모습만 보고 알 수는 없는 것이다.


소심해지거나 괜히 움츠러 들때 호른 연주를 들으며 마음의 평수를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훈 피아니스트가 꼽은 내 인생의 책 -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블랑제

책방 콘서트의 매력 중 하나는 악기와 곡에 대한 설명, 그리고 음악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입담이 좋으신 이훈 피아니스트는 내 인생의 책을 소개해주시고, 그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이훈 피아니스트는 좋은 음악가로 성장하기 위해 독일에서 공부를 마치고 현재 한국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계신다. 이때 사는 곳의 변화보다 배우는 입장에서 가르치는 입장으로 바뀐 포지션으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세계에 온 느낌이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는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블랑제'를 선생님으로서 앞으로도 품어야 할 책이라고 소개했다.


나디아 블랑제는 당시 하류 음악으로 인식되던 탱고가 그녀의 제자인 피아졸라 음악의 진수임을 눈치채고 탱고에 전념할 수 있도록 권했다고 한다. 재능을 발견하는 것도 행운인데,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만 하면 되는거라고, 오히려 단순한 문제라고 다독여줬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피아졸라는 탱고를 길거리 싸구려 춤곡이 아닌 세계적인 음악의 장르 반열에 올려 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훈 피아니스트는 예전에 학생을 처음 만나면 '재능이 있는지? 음악성이 있는지?'를 살펴보셨는데, 이 책을 통해 교육자로서 나디아 블랑제의 모습을 보고난 후에는 '어떤 재능이 있는지? 어떤 음악성이 있는지?'의 관점으로 살펴보게 되셨다고 한다.


요즘 나도 지금 하는 일을 무척 좋아하고 있다고 새삼 느끼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을 행운으로 받아들이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발전시켜 나가면 좋을 것 같다. 내 안에 있는 그 어떤 재능을 믿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추천해주신 책은 조만간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


밥을 굶어도 배부른 유일한 시간

삼시세끼를 챙겨 먹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식사를 건너뛰면 배고픔을 잘 못 참는 편이다. 그런데 시간에 맞춰 콘서트에 가느라 저녁을 못 먹었어도 끝나고나면 절로 배가 부른 것처럼 느껴졌다. 배고픈 시기를 지나쳐서이기도 하지만, 아마 콘서트를 통해 느낀 감동과 행복감 때문일 것이다.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한 금요일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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